글쎄요, 요즘 LH주택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서민들이 받아야할 상대적인 박탈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가난이 죄가 아닌데 자꾸만 20프로의 가진 자들이 80프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사회는 돈 있는 자가 군림하고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예전에 비둘기호라는 삼등열차가 있었지요.

그 열차는 말 그대로 바닥 인생을 태우고 밤이나 낮이나 그렇게 달렸지요. 어떤 사람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드러누워 잠을 자기도 했고, 불량기 가득한 청춘들은 줄담배를 태우며 삶의 허기를 달래곤 했었지요. 때 묻은 보따리를 가슴에 안고 식은 계란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시골 아주머니들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그 때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지요. 도미에의 작품 <삼등열차>를 보면 60년대 한국 풍경이 오버랩 되는 이유입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 여인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늙은 노파는 그 옆에서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분위기는 모두 무표정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

이 그림을 그렸던 오노레 도미에는 18세기 자연주의 화가랍니다. 당시 농촌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했던 밀레와는 다르게 그는 도시 빈민들의 소외와 절망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사회적 사실주의 화가로 자리를 잡았지요. 또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현실을 판화로 녹여 친서민적 리얼리스트로 불리고 있답니다.

19세기 프랑스 시민계급 탄생에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도미에가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습니까?”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요? 아니면 사회의 구조적 모순 때문일까요? 스스로 한번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많은 민중들은 도미에의 작품 속 사람들처럼 여전히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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