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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눈앞에 다가오는 삼나무, 은행, 소나무, 동백, 벚나무 에게 인사를 건낸다. “오늘도 살아있어서 고맙다.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해주니 감사하다.” 건너집 집웅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한가로히 흘러가는 구름의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제법 괜찮다.
과연 자연은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매서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낸 나무는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언뜻 떠오르는 상념은 “나는 언제까지 이 아름다운 우주 자연을 바라보며 이 나무들과 함께 살이 남을 수 있을까?” 하는 감상이 꼬리를 이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30여년 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던 필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목재를 수입하기 위해 많은 장비를 동원하여 수십만 헥타의 삼림을 훼손하고 있는 공사를 목격했다. 전국에 난립하는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건축 자재, 내장재, 가구 자재, 교육 자재 등 폭발적 수요에 공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다. 이 기업에 취업한 국내 노동자도 많을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부도 천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목재 수출을 통한 국가 수입이 크기 때문에 쌍방 간의 이해가 맞아서 펼쳐진 공사였다. 도시화 산업화의 시장경제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이 현장을 목격한 필자의 충격은 너무 컸기에 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남다른 사유에 빶는다.
우리는 매일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고, 신문과 책을 읽고, 복사지를 사용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침대와 책상, 의자. 약품, 연료 그리고 죽어서 들어가는 관도 있다. 나무는 우리가 숨 쉬느라 뱉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니 그야말로 우리 삶엔 언제나 나무와 함께 있다. 그 빚까지 다 갚으려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까?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며 용기와 힘의 상징으로 살아선 태풍을 막아주며, 홍수를 막아주며, 그늘과 열매와 목재를 주고, 다 잘려나간 뒤에는 그루터기가 되고 거름이 된다. 우리는 나무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기쁨도 얻었다.
이양하 작가는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나무는 덕(德)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더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나무는 4계절의 순환에 따라 순명을 가르친다.
봄에는 소생의 기쁨을, 여름에는 생명의 보람과 생명력을, 가을에는 희생과 성숙을, 그리고 겨울에는 인내와 기다림을 가르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무는 어느 한순간도 똑같지 않다. 그래서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권태를 잊게 된다. 매일의 생활이 권태롭거든 나무를 심고, 나무를 보라. 세상이 각박하다는 한탄이 나오거든 나무에게 묻고 들어보면 답이 돌아온다.
세상인심이 비정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 안에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그 바람에 미치지 못하면 세상이 몰인정하다며 노여워한다. 이는 내 허황된 욕심이 빚어낸 타령이며, 베풀지 않고 받기만을 바라기에 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베풀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저 나무를 보자.
그 겸허한 자세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것이다. 오는 4월에도 연례행사로 식목 행사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식목 행사만이 능사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를 아끼고 가꾸는 환경보호 정신이 더욱 긴요하다.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 인성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 하건만 그레타 툰베리 같은 학생을 길러내는 교육 철학을 가진 교사는 한국에는 얼마나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선물로 받은 지구가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지구를 쓰레기 동산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문명이 대전환을 결단할 때다. 배부른 돼지 같은 존재로 사는 것보다, 철학이 있는 가난한 소크라테스로 사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면, 더 줄이고, 더 비우고, 나누는 상생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행복 하고 싶은가. 나무를 심고, 나무를 벗으로 삼고 나무와 대화하라. 비록 땅 한 평 갖지 못했지만 나도 어디엔가 나무를 심고 싶다. 나무에게 묻고, 나무에게 감사하며 인내와 겸허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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