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역사학자, 조선의 마지막 선비 매천 생가와 역사공원이 있는 곳

3월은 봄이 시작되는 절기 외에 더 큰 의미를 떠올려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1919년 3월 1일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우리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리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날이었다.
1910년 8월, ‘경술국치‘...나라가 망한 지 10년, 조선의 마지막 선비 ’매천 황현‘이 순국한 지 10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매천 황현을 모르면 광양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다소 비약일까·
어쨌든 매천 황현은 망한 나라의 선비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비통해하며 신념하나로 절명시 4수를 남기고 귀한 목숨을 내던진 조선의 마지막 선비였다. 
3월이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고, 왠지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은 곳이기에 이른 봄 햇살에 등을 내어주기로 하고 봉강면 석사리로 향했다.
매천의 생가와 역사공원이 봉강면 석사리에 있다.
‘광양시 인접지역 순천 쓰레기 매립장 조성 결사반대한다’ 석사리 입구에 낯익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요즘 광양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마을 앞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매천 생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매천 황현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한 권의 책처럼 벽화에 담겨있다.  
석사리 758번지. 1855년 철종 6년. 매천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생가로 복원되기 전에는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의 할아버지 김수행 씨 소유의 집이었다.  김승옥도 어린시절 이 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집이 참 소박하다.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가니 매천의 초상화와 사진이 걸려있다.
망한 나라에도 봄은 찾아오는 법, 망국의 신록이 짙푸르던 1911년 5월, 고종의 어진을 그린 화가 석지 채용신이 매천의 사진을 보고 그렸다고 한다.
생가에서 나와 매천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가 함께 안장되어 있는 역사공원으로 향한다. 살아서 큰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났던 매천은 순국 후 구례 유산마을 뒷산에 묻혀있다 1942년에 이 곳으로 돌아왔다.  
문병란 시인의 매천을 기리는 ‘매천송’이 새겨진 비석이 묘역 옆에 서있다. 걷는 것을 잠시 멈추고 실눈을 뜨고 ‘매천송’을 소리 내서 읽어본다. 
1910년 ‘망한 나라’ 에도 봄은 찾아 왔듯이 코로나19로 시련을 겪고 있는 2021년에도 봄은 왔다. 능수매가 휘영청 늘어진 걸 보니 매천이 잠들어 있는 이 곳도 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이름 모를 풀꽃들, 날아가는 새 소리...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는 봄이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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