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드 속의 여인은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 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이다. 모딜리아니가 그렸던 그림답지 않게 목도 길지가 않다. 얼굴은 여자인 듯 남자인 듯 애매모호하다. 신체를 보면 여자가 틀림없는데 얼굴만 보면 마치 남성 같은 이미지도 풍긴다. 마치 우리 삶이 그렇게 애매모호한 순간이 잦다는 듯이. 

이탈리아 출신으로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그림을 그렸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짧은 화가 생활 내내 여인의 초상화만 그렸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화가다. 가느다란 목과 불균형하게 긴 얼굴의 여인들을 그린 그의 그림은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고독을 절묘하게 표현한 걸작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평탄치가 않았다. 그는 가난 속에서 병들었으며, 끝내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36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화가였다. 그가 집요하게 누드에 천착한 것은 발가벗은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그린 누드 작품들을 모아 1917년 12월 3일 파리에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개인전을 열었지만 개인전은 하루 만에 강제 철거당하고 말았다. 개인전이 열린 화랑 맞은편에 경찰서가 있었던 것. 경관들은 화랑 쇼윈도에 걸린 모딜리아니의 누드 작품들이 ‘음란’하다며 당장 전시를 철거하지 않으면 작품들을 압수하겠다고 위협했던 것이다. 

그의 누드는 대부분 거친 붓 자국으로 마감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은 당시 살롱 화가들이 즐겨 그린 ‘매끈하고 부드러운 상아빛 피부’의 누드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더구나 신체 부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모델의 포즈, 소위 말하는 ‘헤어 누드’ 역시 당시 사회 풍조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딜리아니는 정직한 누드를 여과 없이 그렸다. 

하긴 누드가 무슨 잘못인가. 누드를 대하는 사람들의 관념이 문제지. 모딜리아니는 서른셋에 자신의 제자였던 잔 에뷔테른과 동거하며 비로소 짧은 행복을 맛보게 되지만 이 역시 불생으로 끝나고 만다. 그의 누드에서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이유도 우수에 젖은 그의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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