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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잃어 버릴 때 인간은 늙는다김 승 철 고려대 교수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1.02.23 20:27
  • 댓글 2

필자의 부모님은 섬에서 태어나 지금도 바다와 하늘의 순리대로 아름답게 섬을 지키며 살아가고 계신다. 
두 분은 그 시절 대부분 그렇듯 어려운 환경으로 어머니께서는 ‘소학교 졸업’ 아버지께서는 장남으로 ‘고등공민학교 6개월 수료’가 최종 학력이다. 
배움에 한이 맺힌 부모님은 빠듯한 살림에도 우리 4남매를 섬에 비하면 훨씬 크고 넓은 ‘대도시’로 유학을 보냈다. 자친의 소원은 우리들이 “도시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한 달에 꼬박꼬박 월급 받고 사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동창생들과 노를 저어 ‘배(목선)’를 타고 면 소재지 섬으로 고등공민학교를 다녔고, 필자는 중학교 때 도서·벽지 의무교육으로 기계가 딸린 ‘배(철선)’로 통학을 했는데 폭풍주의보 등으로 많은 날을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은 교감ㆍ교장 승진을 앞두고 ‘도서벽지 점수’가 부족한 교사들 중에 최남단 ‘조도(鳥島)’로 지원한 선생님들의 훌륭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 
필자가 성인이 되고 진도읍에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이 개설되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주중에는 바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배를 타고 팽목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교육원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통학하며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에도 복습 및 새로운 분야의 학습을 위해 교육원에 7여년을 더 다니는 ‘향학열’을 불태웠다. 
이러한 아버지의 삶을 보고 성장한 필자는 2007년부터 농산어촌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어르신들의 향학열을 통해 필자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찰(Reflection)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광양시에서 지역개발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리더그룹 인력 양성 차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선샤인 리더교육(농어촌 퍼실리테이션, 농어촌개발 컨설턴트 등)’과 인연을 맺었다. 
광양시가 필자에게 의뢰한 주제는 ‘농어촌개발 컨설팅의 이해 및 프로세스 방법’이다.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 ‘주제와 내용이 만만치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앞섰다.
눈높이에 적합하도록 교안 구성 및 철저한 준비를 했고 그렇게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그간 필자의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늦은 시간 한자라도 더 배우려는 열정적인 젊은 청춘들의 모습에서 밤 10시가 넘도록 강의실은 향학열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1회의 교육(오프라인 교육)으로 아쉬움이 있던 차에 4회(온라인 실시간 교육)의 추가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학기 중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이어서 다행이었다. 
광양시에 적합한 익숙한 주제를 선정하여 컨설팅 방법론, 사례 등을 접목하고, 온라인 실시간 수업으로는 무리가 있었지만 개인ㆍ팀별 실습을 병행하였다. 
교육 담당자의 염려와는 다르게 놀랍게도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여기저기서 도출되었다. 그러나, 소비자 니즈(needs) 파악을 위한 ‘기초조사방법론’에 있어서는 ‘온라인 실시간’ 수업방식으로는 애초 제시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대안으로, 예정된 4회차 교육을 끝내고 종결 이후에 광양으로 내려가기로 했고 교육생들도 동의했다. 정부와 광양시의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초등학교 때 인원이 많아 ‘1부ㆍ2부 수업’을 했듯 2개 반으로 구분하여 보충수업을 실시했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기초 통계도 이전 4회차 수업에서 광양시 이슈를 토대로 이미 학습이 되어 있었고, 상호간의 공유ㆍ피드백을 통해 ‘이론과 실습의 접목’이 가능해져 이해 속도가 빨랐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나아가, 교육생들은 자발적으로 광양시 이슈 도출 및 구체화를 통해 설문 초안을 설계하고 필자의 피드백을 토대로 시민을 대상으로 직접 서베이를 실시하기로 했다. 
많게는 70대 이상 교육생도 계셨고 늦은 밤까지 교육생들의 ‘열정’은 정말 아름답기 까지 했다. 특히 70대 누나는 필자와 동행한 교수자에게 “어려운 통계는 젊은 사람들은 실습을 잘하니깐 나를 우선 가르쳐줘”하는 모습에서, 송구한 표현이지만 ‘소녀’같은 새침한 열정이 느껴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열정은 문화원 은행나무처럼 아름답게 필자의 가슴을 노오랗게 물들였다. 오늘따라 문화원 옆 광장에서 사백년째 그 자리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젊은 청춘들처럼 더욱 대단해 보인다. 
조만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젊은 청춘들과 함께 도출된 이슈를 토대로 광양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함께 도출할 생각에 지금부터 설렌다.!
젊은 청춘(?)들의 모습을 보니 ‘사무엘 울만’의 詩가 스친다.
“나이를 먹는다고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냉소라는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나이가 이십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팔십세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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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샤인리더 조영숙 2021-02-25 23:16:15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저희 또한 배우는 것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4시간가량 수업을 한다는게 쉽지 않은데 지치지 않으시는 모습에 바다싸나이의 멋짐이 보였더랬습니다 통계수업은 그나마 어른이인 제가 젤 어리바리 컴터도 프로그램 아이디까먹어서 마지막까지 어리버리..세상은 나이로 사는게 아니라 열정과 패기로 사는 것 같아요 저희 쑨~ 여사님처럼요
    교수님께서는 실물이 훨 멋지시더라구요~^^
    앞으로도 더욱 빛나시길 응원합니다~♡   삭제

    • 이선영 2021-02-24 16:42:15

      좋은 글 인상깊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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