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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광양을 걷다 -3역사와 낭만이 흐르는 아름다운 ‘망덕포구’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1.02.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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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따라 걷다보면 섬진강과 하나…안내판 읽는 재미도 쏠쏠”

입춘, 우수 다 지나니 바람이 제법 따뜻해졌다. 포구의 바람도 포근했다.
섬진강휴게소 뒤 환승장 주변에 차를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고 걷기 시작했다.
포근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어 시야를 가리면 다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그렇게 2km의 포구를 느릿느릿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이불자락인 섬진강의 모래를 등에 지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은 그대로 램프의 꽃밭 이었다…’ 섬진강을 이렇게 표현한 어느 시인도 있다.
시인이 말한 그 아름다운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이 바로 망덕포구다.
망덕포구를 한번 쯤 제대로 걸어본 사람은 안다. 너무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포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윤동주 길‘이라는 명예도로의 이름이 붙여졌듯 우린 그곳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를 만날 수 있다. 정병욱 가옥에 숨겨놓은 유고집이 아니었더라면 윤동주는 망덕포구에서 결코 살아날 수 없었거늘 왜 이름을 윤동주 길이라고만 했을까, 윤동주와 정병욱을 함께 살린 한층 의미 있는 이름을 지을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을 느끼며 윤동주 쉼터에서 잠시 쉰다.
어업권을 침탈한 일본인을 처단한 황병학 의병장의 기개를 기리는 국가보훈처의 현충시설도 쉼터 앞에 서있다.  
진월 차사리 출신 안영 소설가가 ‘오백원 짜리 동전’같다고 표현한 배알도는 망덕포구를 잇는 해상보도교와 짚 트랙을 만들고 배알도를 섬 정원으로 조성한다는 근린공원 관광환경개선사업이 진행중이다. 
옛 모습이 사라져가는 포구이지만 어떻게든 이 아름다운 포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오게 하려는 노력은 고무적이다. 
망덕포구를 걸으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또 있다. 
무접섬 광장에서 제2의 3.1운동을 주도하던 애국청년들과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 모형인 판옥선을 만들었던 선소와 어영담 현감, 갯벌을 옥토로 만들어 농사를 짓는데 도움이 됐다던 망덕포구 수문, 원형은 사라졌지만 이야기가 남아있는 해태조합 등이 그것이다. 
데크 위로 난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보면 전어잡이 유래와 망덕의 먹거리 등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광양시청 앞 광장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꽃이 피었으니 봄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선소에서 섬진강 휴게소 뒤편 청용식당까지 이어지는 짧은 길은 이제 얼마 안 있어 만개한 벚꽃들이 터널을 이루게 될 것이다.
피해갈 수 없는 시간 앞에서 00다방, 00모텔 등 한때 망덕포구의 번성을 알 수 있었던 오래되고 빛바랜 건물들은 ‘재해위험지구와 관광명소화사업’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망덕포구는 여전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낭만적인 포구다. 
섬진강 끝자락, 강이 바다가 되는 곳, 포구를 드나들던 진월면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망덕포구의 옛 이야기를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망덕포구는 바다가 있는 곳 그 어디에나 있는 작은 포구가 아니라 역사와 낭만이 있는 그런 포구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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