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성인 동화
박중진 작가의 성인동화몽상의 겨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0.08.14 14:06
  • 댓글 8

천안역 지하상가에 들러 아이에게 줄 선물로 털목도리를 하나 골랐다. 내친김에 사촌 형이 편지를 통해 꼭 읽어보라 추천하던 이청준의 신간 소설도 한 권 골랐는데 서점을 나올 때쯤부터는 눈발이 가끔 비치기 시작했다. 

학교 앞 자취방에 들러 세수와 양치를 다시 하고 배낭에 준비한 선물과 책을 챙겨 나오며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세 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봉명동 언덕배기 교회 옆을 지나면서부터 눈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신구서적 사거리 시내버스 정류장에 다다를 즈음엔 삽시간에 사위가 흰색으로 덮여 동네 전체가 무채색의 그림으로 바뀌어 버렸다.

도로엔 인적이 끊겼고, 가끔 지나는 차들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는 통에 차라리 사람이 걷는 속도가 훨씬 빠를 정도였다. 

시계는 네 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버스는 도대체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이니 마음이 급해지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포기하고 안성선 철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성정동을 지나 잰걸음으로 성거 요방리까지 한 시간 이상 걸었으니 꽤 먼 거리였지만,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망향의 동산 위령탑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눈발이 그치더니 여기저기 동네 집들의 굴뚝에서 저녁 군불을 지피는지 흰 연기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사는 동네 초입 언덕에서는
동네 조무래기 서넛이 모여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그중 똘똘해 보이는 녀석 하나를 골라 동네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쪽지를 써서 아이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아이가 나를 향해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달음에 내가 있는 동구 밖 언덕까지 급하게 달려온 통에 숨을 헐떡거리던 아이는 볼에 홍조를 띠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는 마침 집에 아무도 없다며 나를 자기 집으로 가자며 이끌었다.
아이네 집은 마을 한복판에 다락방 뻐꾸기 창이 달린 아담한 2층 양옥집이었다. 아이의 방에는 아이가 국민학교 때부터 받아온 수많은 상장과 함께 방금 다림질을 끝낸 듯 흰색 카라의 검은색 교복 한 벌이 단정하게 걸려있었다.

잠시 후, 아이는 김이 펄펄 나는 팥죽 한 그릇을 물김치와 함께 양은 소반에 얹어 내왔다.
상을 사이에 두고 다소곳이 앉아 있던 아이의 단발머리 아래 살짝 보이던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게 숟가락을 집어 주며 수줍게 웃었다.
가볍게 싫지 않다는 듯 저항하는 아이의 팔을 끌어 옆으로 오게 한 후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내 숨결이 간지럽다는 듯 도리질을 하며 곱게 눈을 흘겼다.
나는 젖을 보채는 아기처럼 급하게 아이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는데 아이의 콩닥거리는 심장과 단내나는 숨결이 훅하고 느껴졌다.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이는 수줍게 얼굴을 피하며 도리질을 치는 척했지만, 결국 입술을 열더니 내 혀를 받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의 혀가 엉켰고 아이는 가는 신음 소리를 냈다.
창밖에는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언제 땅거미가 졌는지도 모르게 희미한 빛의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아이를 두 팔로 안아 침대에 눕힌 다음 천천히 아이의 스웨터를 벗겼고 마저 브래지어를 풀어내자 분홍색 유두가 봉긋 솟은 가슴이 수줍게 튀어 나왔다. 

아이는 부끄럽다는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내가 그녀의 마지막 남은 속옷을 수월하게 벗길 수 있도록 이불 속에서 허리를 살짝 들어주었다.
그날은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1981년 동짓날이었다. 
마음은 급했지만, 나는 서둘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격하게 신음하며 내 동작을 받았는데….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8
전체보기
  • Eva 2021-02-10 07:51:27

    작가님의 추억속에서 소환된듯 1991년 동짓날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네요. 아마도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그 아이 선물 고를때 노사연의 만남이 흘러 나오고 있었을것 같아요
    작가님의 글 맛있습니다.   삭제

    • 진이엄마 2021-02-10 00:39:05

      성인동화라 하시니 급 관심이 쏠리네요.
      과거로의 소환에 옛 생각이 나요.
      술술 잘 읽혀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삭제

      • 영흥김 2021-02-09 20:45:12

        열일곱 시절에 난 요런 추억이 없는데...
        다음 야그가 엄청 기다려집니다!
        침 꼴깍 넘어가요!   삭제

        • 김종선 2021-02-09 20:30:49

          작가님 잘읽었고요.
          다음회가 마구마구 기대가됩니다요.   삭제

          • Wild horse 2021-02-09 20:12:09

            다음편이 넘넘 기대됩니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실감나는 표현들이 돋보이는 역작으로 보입니다. 짝짝짝~~   삭제

            • 진문경 2021-02-09 18:15:38

              잔뜩 기대하고 봅니다.
              힘내시라고 양기를 팍~팍~^^   삭제

              • climber 2021-02-09 18:13:17

                눈 오는날 겨울에 있었던 일!
                몽상에 빠져드는 일은 인생을 어느정도 산 지천명의 나이에 걸맞은 일인듯 싶습니다.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삭제

                • 작은거인 2021-02-09 13:53:15

                  아이는 격하게 신음하며..
                  아이고 다음편이 얼른 기다려집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