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4년 전 광주교육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교육>의 정의를 한마디로 <의도된 변화> 라고 배웠다. 누구나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나 또한 마찬 가지었다. ‘나도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서 훌륭히 변화된 인재를  양성해야지’  ‘이 나라 이 민족에 빛이 되고 기둥이 되는 제자들로 가르쳐야지’ 하는 다짐을 여러 번 되뇌곤 했다.
91년 3월 처음 교단에 서고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설렘과 사명감이란!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내 안에  깊이 새긴 교육  <의도된 변화>를 최대한 끌어 올리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말 그대로 온몸을  불태워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교육을 영어로 에듀케이션(education)이라고 하는데, 이 영어 뜻을 분석해 보면 '끄집어 낸다(edu)'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지식의 틀을 심어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야 나중에 끄집어 낼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결국 끄집어 낸다는 것도 아이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었지, 오늘날 교육처럼 아이들을 사육하는 것은 아니었지 싶다. 내면의 밭을 잘 갈아두면 결국 그들 스스로 존재의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게 교육의 목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실제로 교육(敎育)이라는 한자에도 이미 그런 뜻이 내포돼 있다. 가르칠 교(敎)자가 바로 그렇다. 이는 마치 농부가 밭고랑을 가르듯, 목동이 짐승을 치듯 그렇게 하는 게 바로 교육이었던 셈이다.  

34년이 지난 오늘날 누군가가 나에게  <교육>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교육은 의도된 변화를 위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 스스로  <발견>하게하고  스스로 <성장> 시키는 것이라고”

사회가 정해 준 모범 답안으로 인생들을  몰아가는 변화가 아닌 본래 존재 자체로 충분히 타고난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성장시키는 것이기 교육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나는 오롯이 학생 스스로 온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여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교육을 실현해 가고 있다.

인간은 결코 외부에서 가르쳐 지식이나 도덕을 담아놓는 창고가 아니다. 지금은 아련히 사라진  ‘국민교육헌장의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존재론적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자격을 가지고 있고 사랑 받고 존중받기 위해 태어났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이미 처음부터 꽃이었던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특별히 인생을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처음부터 꽃이었다’ 는 사실을 발견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고 그 일하는 사람이 바로 선생이고 부모이고 가족이며 바로 참 스승인 것이다. 신은 우리 곁에 사람을 보내실 때  판단하고 비교하고  정죄하라고 보내신 적이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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