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르는 파리에 있는 한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운 뒤,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 입선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접어든 인물이다. 그림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도 그에 대해 낯설어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는 한 때 마네와 쿠르베 등과 교유하였으며, 루브르미술관에 다니면서 티치아노와 베로네세를 모사(模寫)하는 등, 고대의 거장을 열심히 연구하기도 했다.

1863년 마네가 이끈 낙선전(落選展)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상파와의 접촉을 넓히는 것을 물론, 자기만의 감각을 더해 갔다. 작품은 집단초상화를 포함한 인물화와 꽃·과실을 그린 정물화 등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한때 자신의 그림이 어느 파에 속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사실주의 화가들과 인상주의 화가들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독특한 작품들을 남겼다.

초기에는 주로 사실주의 양식에 입각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몽환적인 인상주의 양식을 넘나들기도 했다. 이러한 두 가지의 회화 양식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양식에 맞는 그림을 혼합하기도 했다. ‘여인의 누드습작‘이라는 작품을 보면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경이 어두운 것에 비해 여인의 살결을 밝은 색으로 채색해 대조를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의 인물화를 보면 대체적으로 암울하거나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영혼이 없는 누드는 그리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이 담겨 있지 않는 누드는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누드 철학이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고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가 그렸던 여인의 누드는 섬세하고 시적인 채색과 자유로운 붓 터치에 의해 마치 푸른 수증기 속에 둘러싸인 듯한 몽환을 보여준다. 이런 터치는 모네가 ’해빙‘이라는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기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예술 작품은 모방의 그림자라고 봤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그의 고백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거장들의 작품을 모방했고 그런 후 삶을 모방했다. 난 몇 해 동안 내 꿈을 그려왔다." 그는 결국 모방을 넘어 자신만의 꿈을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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