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사람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바꿀 수 없는 운명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보다도 바꿀 수 없는 게 더 많다. 이런 사실을 빨리 알아채면 챌수록 삶이 한결 편해진다. 그렇지 않고 지금 내게 주어진 부와 명예 등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들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면서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면서 사라지는 법이다.

재물은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런 생각을 자주하면 할수록 오히려 내게 주워진 것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유한하고도 짧은 찰나의 순간을 살다가는 데 어떻게 삶을 함부로 탕진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정말 삶이 힘들고 어렵다면 자신이 6개월 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렇게 하면 삶의 우선 가치들이 상당히 많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에 불과하다. 내일이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경험상으로 내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는 하루치만 할당받아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미래까지 가불해서 걱정할 필요가 어디겠는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 가다 보면  직원이나 친척이나 친구가 완벽하기를 바라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 하는 존재들이고 또 흠이 많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처럼 갈구하는 행복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면서 감사할 때 주어지는 선물에 다름 아니다.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은 감사다. 설령 불평불만이 가득하다고 해도 그런 마음조차 감사하게 되면 불평불만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법이다. 

필자도 이 시점에서 다시 경자년 한해를 돌아본다. 내 나이도 이제 70중반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돌아보니 정말 미사일처럼 획 지나갔다. 70평생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일도 그냥 살아내다 보니 그게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든 뼈대들이 됐다. 삶은 그런 거다. 아무리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도 희한하게 시간이 가면 해결이 되곤 했다. 그런 경험들은 마음의 근육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재료들이 됐다. 

물론 올 한해는 코로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꼼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겸손도 배웠을 것이다. 삶은 수많은 문제들이 수시로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같은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이 덧없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삶은 더없이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려운 한 해를 잘 견디며 지혜롭게 헤쳐 나온 당신, 새해에도 그렇게 잘 헤쳐 나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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