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3월, 필자는 한신대학교 신학부 졸업논문을 제출했다. 제목은 ‘슈바이처의 생의 외경에 관한 연구’였다. 신 중심의 중세 기독교 세계가 끝나고 르네상스 이후 근세에 접어들면서, 역사를 중시하는 인문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독교계는 신성을 지닌 그리스도 예수보다 역사적인 지평에서 ‘맨사람 예수’의 생애 탐구가 유행되었다. 슈바이처는 역사의 예수에 대한 탐구 성과를 총정리하면서, ‘역사적 예수상들’은 역사적 실존 인물 예수라기보다, 신학자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던 인간상을 예수에게 투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과 진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예수는 민중과 더블어 생명 운동을 펼쳤다는 점에 그는 주목했다. 
 

슈바이처는 복음서를 연구하면서 역사적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하였고, 의사 면허를 딴 후 간호사와 결혼하고 함께 아프리카 밀림지대로 떠났다. 지금의 가봉공화국 람바레네 지역이었다. 그는 원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생명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현대 사회의 위기를 생명경시 풍조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던 길을 멈추어야 하며, 현대의 기술과학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고, 선악을 분별하는 도덕적 판단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금 코로나 펜데믹 현상으로 지구촌은 혼란 속에서 갈 길을 모르고 헤매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자본주의 적자생존의 기존 가치관으로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 이제는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의 시대로, 경제 중심주의에서 생명 중심주의로, 개인의 이익 중심에서 사회적 공공성에 기반한 복리 중심으로,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가치의 축(軸)을 전환하는 개혁의 시점에 인류는 서 있다. 이 시점에서 슈바이처의 생명외경(畏敬) 사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신성하기에 생명의 가치에는 차등이 있을 수 없다는 것, 하기에 모든 생명을 두려움과 공경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생명을 기르는 것은 선이고 파괴하는 것은 악이라는 것, 모든 생명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에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으며, 인간은 모든 생명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고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슈바이처의 생명외경 사상은 20세기 지구촌을 지배해온 현대 자본주의의 생명경시 풍조나,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워 약육강식과 불평등한 사회제도를 당연시해온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해 엄중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안고 있는 모순과 부정적인 결과들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요청되고 있다. 종전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생활 패턴으로 회귀하는 것은 모두가 죽는 길이기에 가던 길을 일단 멈추고,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디뎌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 우리의 문명과정은 물질을 끝없이 창출하는 데로 흐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 사태는 바로 그것을 중단하고 생각하여 보라는 의미라고 본다. 하여 정신과 영혼의 문제도, 함께 생각하고 조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물질을, 사람과 다른 만물을 한 체계 속에 넣어 깊이 성찰해 보라는 뜻 아닐까?
 

할 일은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생각과 삶의 전환의 혁명이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공성에 기반한 단순하고 소박한, 절제된 삶을 생활화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창안할 시대가 되었다. 위해서는 제도혁명, 가치혁명과 생활혁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 혁명의 길을 예수는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 같이 여러분은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말했고, 스스로 십자가의 좁은 길을 가셨다. 자기를 넘어선 이런 사랑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은 투쟁의 연속이 아니던가. 하여 우리는 먼저 이웃을 망각한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과 어울리는 새로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가능성은 있다. 언제나 문제 속에 해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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