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nude(누드)'와 'naked(네이키드)'는 둘 다 ’나체‘라는 의미이기는 하나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naked'는 '자연 그대로의 나체'를 뜻하고 'nude'는 '예술이라고 하는 옷을 입은 나체'를 뜻한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발가벗고 있을 때나 포르노 속 혹은 상업적 잡지에 나오는 나체들은 'naked'에 해당되지만, 미술 회화나 사진 같이 어떤 뚜렷한 예술적 컨셉과 목적을 두고 있는 작품 속 나체는 'nude'로 불린다. 한자로는 나체(裸體)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벌거벗은 몸’이라는 뜻이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몸을 대하는 인식부터 다르다. 그래서 서양화가들이 즐겨 누드를 그린 반면에 동양화가들은 자연을 주로 그렸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드를 대하는 눈길은 여전히 어색하다. 심지어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민망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몸이 결코 정신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게 몸인지 모른다. 정신은 자신을 미화시키고 과장할 수 있지만 몸은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정신은 자신을 속여도 몸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목욕하는 여자] 역시 누드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약간 두껍게 칠해진 붓 터치는 인체의 무게감은 물론 엄숙하면서도 잔잔한 평화를 느끼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감의 질감에 따라 그림의 색깔과 분위기 등이 좌우되는 셈이다. 아름다운 누드는 신을 찬양하게 만드는데 이 누드 역시 그렇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궁금증이 하나 일어난다. 정말 그 당시 여자들은 저렇게 목욕을 했을까? 하는 것과 저런 그림은 화가 자신이 직접 목격하고 그린 것인지 아니면 상상으로 그린 것인지 물어 보고 싶어진다. 목욕탕이 없거나 귀했던 시절이고 보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기록해 의하면 피사로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물론, 심한 눈병에도 불구하고 후기에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불굴의 의지를 가진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조르주 쇠라의 신인상주의 이론을 받아들여 한때 점묘법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젊은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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