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시간부터 차가운 등을 밀어 나를 일터로 보낸 하루가 어찌나 얄밉던지 턱을 하늘 향해서 인지 비뚤비뚤 거리듯  불편한 하루 심사들이 송곳처럼 솟구칩니다.

갑자기 하강하는 날씨로 이미 마비되어 코 주변에 감기 콧물이 갈 之자로  흩날리어 침인지 콧물인지 분간 못하고 바람마저 부니 시린 눈 비비다보니  눈물인지 온통 얼굴에 인디언 분장 한듯 하루 주름살이 고드름양 눈썹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이 점점 고드름 되어 이마를 사정없이 때리니  늘 오고 가는 길 잠시 쉬어가던 검의 퇘퇘한 바위의자가 초라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짓하며 부르는듯 살짝 좌우 흔들린 몸뚱아리 안스러움 안은듯 그저 끄덕거려주고 고개든 내 시선을 부추켜 세우며 잠시 망설이듯 긴 한숨 후 툭 한마디 내뱉어 던져 줍니다.

"쉬엄쉬엄가세.” 하며 쉼 자리를 내어 줍니다. 차디찬  바위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으니 그나마 부족한 하루잠 슬금 다가오니 왜 그리 단맛 깃든 잠들이 쏟아집니다. 잠결 문득 갑작스럽게 어디선가 흔들리는 길옆 서 있는 나무 가지사이 마다 바람 소리가 춤을 추며 나를 흔드니 뚝 떨어진 날씨만큼 내려간 체온 온기를 다시 살리려 흔들어 주니 지나간 시절 파노라마 영사기 멈추듯 눈을 떠 보니 오래전 눈앞에 선하고 아련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둠사이 들리는 것 같아 용기 내어 잠시 멈춘 발을 다시 한걸음 한걸음 떼어 봅니다. 회색칠 조차 벗겨져 볼품없는 벼랑 틈 사이에  같은 굵디굵은 오소리 발목 닮은 난쟁이 소나무가 수백 년 된  죽순마냥 數(수)장의 달력과 數(수)날의 일력을 뒤로 보내고 겨우 한장 달랑 붙은 달력이 눈에 띕니다.

작년 이맘때 미리 깨알 같은 여러날 약속한 빛바랜  글씨들이 야속한듯 뿌리채 뽑혀 결국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에 밀리고 밀려 까만 깨 쏟아 부은 것처럼 버리지도 담기도 이러저러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기다리듯 고사제를 치르기 겨우 보름을 남긴 하루길을 내려갑니다. 아직도 추운날 온갖 잡새들의 별미로 뎅그러니 남아 하늘을 지키는 늙은  홍시감 하나 달랑 거리는 검은 그림자에 내 삶이 내 일이 내 마음이 이러하다  귓가에 쟁쟁소리에 맞춰 걸음 폭을 줄여봅니다.

연필 두 다스 만큼도 채 안 남은  경자년의 추억과 기억의  이파리는 높이 세워질 신축년 주춧돌 주변에 다 떨어지고 서서히 썩어질 시간 다 된듯 헛간의 거름냄새처럼 오늘 찬 서리와 서설로 냉동고 한기에 맞아 눈가 붉그럽게 얼은 동태 한 마리 신세  같은 연말을 생각 하니 앞뒤를  살펴봐도 출구가 보이지 않은 듯 이제 남은 경자년의 하늘에 해가 없고 경자년의 바다에는 파도가 없으며 잡기장에 쓸 낙서도 없어  그저 글 대신  세모  몇 개 네모 몇 개 그리고 동그라미 몇 개 , 쭉 그은 사선이며 지그재그선 몇 줄이 고작 인데 보석 같은  글까지 욕심은 사치가 되는 경자년 끝자락 펼쳐놓은 나만의 집으로 몸을 내려놓습니다.

결론 내린 지금의 답은 "쉬어 가는 것. 바쁘고 힘들 때일수록  쉬엄쉬엄가는 것 "이 답일듯 한꼭지 , 한 획, 한 선이 보일 수 있을 만큼 쉼터로 회귀하는 것이 바로 올해의 마지막 선택 길인데 이는  잘 쉬고 그저 숨을 잠시 멈추는 것은 오히려 손해 보지 않고도 손과 가슴과 머리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신의 한수 일듯 지친하루 피로감이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내일 맞이할 일과 고민은 꿈속에 버리듯 탈탈 털어 내고  오늘은 그저 따뜻한 아랫목 같은 나만의 숨결을 지키듯 멈추고 쉬는 것이 잘 짜여진 양탄자와 같이 흐트러진 어제를 정리해주고  내일을 세울 수 있는 오감의 미학을 완성하는 쉼터로 향합니다. 대수롭지 않고 별스럽게  기대하지 않은 짧은 쉼은  오히려 많은 응력과 응축된 엔트로피로 꽃필 에너지를 제공하기에 충분하고 강력한 플라즈마 핵폭탄으로 급상승시켜줍니다.

익숙지 않은 달력을 애써 보며  단 2주 , 336시간 남은 경자년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정리 정돈하게 되면 의외로  우주를 번쩍 들었다 놓을 매력적인 일들을 만들 수 있기에 오늘은 심신을 가눌 수 있을 만큼 여유 있게 멈춰 쉬면서 천천히 나를 향한 오늘의 상상과 생각 따라 머리와 가슴에 울리는 감동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또 내일 새벽달과 별을 맞이할  기운을 챙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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