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혼자 봐야 할 것 같은 그림이 더러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곤실레의 누드 작품이다. 그의 누드화는 너무 노골적이라 눈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를 정도다. 그는 남녀 가리지 않고 성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너무 천연덕스럽다고나 할까. 실레 누드는 거의 포르노그라피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누드를 보노라면 본인도 모르게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러나 그의 전기를 읽다 보면 순수지존파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참 알다가 모를 존재다. 공자님 같은 말만하는 사람이 더 응큼하고 추잡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흔히 실레를 가리켜 태어날 때부터 화가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랬다. 실레는 히틀러가 그처럼 입학하고 싶어 재수까지 했으나 끝내 낙방(만약 히틀러가 이 미술학교에 합격했다면...) 했던 미술학교를 단번에 합격한다. 그러나 답답한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수와 수시로 마찰을 빚는다.

화가란 자신의 마음에 꿈틀대고 있는 것을 그려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자꾸만 틀에 박힌 그림을 강요했던 것. 그가 대부분 성본능과 관계된 그림을 그렸던 것도 성이 자신의 내부를 끊임없이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누드까지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그렸다.

사실 실레에게 있어 성(性)은 아버지의 죽음은 물론 가족을 몰락시킨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다. 아버지의 매독이 결국은 가족을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한때 실레는 성욕이란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적극적으로 성을 암시하는 누드를 그렸다. 본능 앞에 정직해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자 봇물 터지듯 작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다.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성에 대해서는 이중적이다. 결국 실레는 풍기문란 죄로 23일간 감옥에 갇히는 수모를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림트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실레는 자기만의 화법으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림을 그렸다. <누워있는 여인>도 그 중의 한 작품이다. 아슬아슬한 여인의 자태가 치명적이다. 실레의 누드화는 성과 속의 경계를 과감 없이 허물어뜨린다. ‘성스럽다, 속되다’는 그저 자신이 만든 관념의 부산물에 다름 아님을 실레는 오래전에 이미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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