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76세의 은퇴 목사였던 필자는 필리핀 선교사의 신분으로 변신 되었다. 마닐라에 정주한 다음 우선 필리핀의 역사를 연구했다. 1950년대 필리핀은 동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유학을 갔던 아시아의 강국이었다. 한국 남북전쟁에도 참전, 장충단 체육관도 지어준 은인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필리핀의 모습은 극심한 빈부격차, 부정부패, 폭력과 범죄로 안심하고 살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놓여 있었다. 부국이었던 필리핀이 이토록 몰락하게 된 것은 그 유명한 마르코스 대통령이라는 부패 권력을 만나면서부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21년 동안 독재를 펼치다 1986년 민중봉기로 축출됐다. 마닐라가 무너지던 날, 세계의 눈은 필리핀으로 집중됐다. 부정축재를 일삼았던 그의 저택은 어느 궁전보다 호화로웠다. 어마어마한 보물과 순금으로 치장한 욕실과 더불어 호사가의 이야기 거리로서는 그의 부인, 이멜다의 구두가 압권이었다. 값은 뒷전, 우선 그 숫자에 모두들 놀란다. 무려 삼천 켤레의 구두만은 잊을 수 없다.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으면 구두를 삼천 켤레나 모아야 했을까? 얼마나 할 일이 없고, 멋없는 인생이었으면 구두에 열정을 바쳐야 했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면 측은하고 불쌍하다. 
 

이에 반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은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취임 당시 그의 재산은 현금 1,800달러(약195만원) 허름한 농가, 1987년식 폴크스바겐 비틀 한 대와 농기구 몇 대가 전부였다.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었고,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에는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정작 대통령 자신은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에 살며 30년 된 낡은 차를 몰고 출퇴근했다. 2015년 대통령직 퇴임 후에는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는데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를 신고 근무하던 중 10월 20일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상원의원 퇴임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다. 진짜 가난한 사람은 욕망이 끝이 없어 아무리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다”고 일침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 속에서 절망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 매일 21만 명에 사망자 수 2,000+명(11월 22일)이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무지. 오만한 우리 인간이 만든 참사이다. 하여 해결 방법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찾을 수 있다. 먹고 싶어도, 쓰고 싶어도, 타고 싶어도, 편하고 싶어도 참고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미숙한 사람, 성숙한 사람’을 치면 나오는 글이 있다. 미숙한 사람은 ‘좋고 싫고’를 따지지만, 성숙한 사람은 ‘옳고 그르고’를 선택해 산다. 미숙한 사람은 특별한 일들에만 관심을 가지려 하지만, 성숙한 사람은 평범하고 작은 일에서 더 많이 배운다. 성숙한 사람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만족에 머무는 일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숙함으로 몰락의 길을 갔지만, 무히카 대통령은 성숙함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심었고 절제하는 청빈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행복자가 되었다. 
 

과학 문명은 인간에게 편리한 생활과 풍요로운 물질을 주었다. 하지만 편리한 생활의 윤택함을 탐하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이다. 현재도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이런 넘치는 세상일수록 가난의 덕을 배워야 한다.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선택한 가난을 실천해야 한다. 
 

살림을 줄여야 새 시대를 산다. 오늘날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에 있기 때문이다. 성장할수록  행복해진다면, 이 세상은 이미 낙원이어야 한다. ’절약‘과 ’축소‘는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과 착취를 지렛대 삼아 거듭해온 성장으로는 당면한 코로나,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오늘의 위기는 성장의 성공으로 일어났다. 그러니 해답은 줄여야 살고, 비우면 살고, 단순하게 살면 산다. 예수는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셨다. 청빈을 즐길 줄 아는 자에게 행복이 있다는 말이다. 영구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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