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동네신문이기는 하지만 일단 글을 쓸 땐, 언어의 실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된 감정의 하나일 것이다. 도대체 언어가 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알면 알수록 오리무중이다. 물론 간단한 지시어는 그런 고민을 던져주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글로 옮기려고 하는 순간 언어의 본질 앞에 마주서게 되는 것이다.  

해체주의 철학자였던 ‘자크 데리다’가 ‘의미는 언어를 떠났다’고 선언했던 이유이지 싶다. 그는 말과 뜻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을 예리한 눈으로 간파를 했던 것이다. 마치 핸드폰으로 상대방과 통화를 하지만 음성만 있을 뿐, 실체가 없는 허깨비처럼, 언어 역시 문자와 음성은 있으나 그 실체(뜻)가 없다고 봤던 것이다.

인간들이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오롯이 담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이런 사실을 더욱더 절감하게 된다. 하나의 낱말은 다른 낱말을 ‘지시’할 수 있을 뿐이고 그 다른 낱말은 또 다른 낱말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낱말과 실제 의미는 영원히 유보되거나 연기 되고 마는 셈이다.

데리다는 이를 가리켜 차연(差延: 지연되거나 어긋나며 끝없이 연기되는 것)이라는 다소 어려운 용어를 사용했지만, 간단히 말하면 언어로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모두 전할 수 없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좀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결국 우리는 언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음은 물론, 내 심중에 남아 있는 말은 영원히 전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아마 周易에서도 ‘서부진언 언부진의(書不盡言 言不盡意)’ 즉,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며 말은 또한 그 뜻을 다 하지 못한다’고 일찍이 선포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상대방이 이해하던 오해하던 상관없이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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