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숱한 오해를 낳기 때문이다. 오늘 누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게 누구 그림인지 금방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 클림트 그림이다.

현재 그림 제목은 ‘금붕어’ 이지만 실제는 “비평가들에게”라고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클림트가 빈 대학의 천장화 작업을 의뢰받아 도안으로 철학, 의학, 법학 시리즈를 그렸는데 그 작품들이 외설적이고 음란해서 대학 건물에는 잘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여론의 비난까지 가세하자 클림트는 받은 선수금을 빈 대학에 돌려주고 작품을 찾아온다. 그런 후 클림트는 이 그림으로 그들에게 응답한 것이다.

특히 누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의 느낌을 갖게 한다. 도덕과 종교로 자신을 포장한 사람들은 흘끔 보면서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할 것이고, 평소 누드를 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의 하나라고 여기는 사람은 진지하게 감상할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이기 때문에 타박하거나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미술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클림트 그림은 현대인들의 삶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작년 유럽 여행 때 클림트 그림을 직접 보는 행운을 누렸는데, 클림트 고향은 클림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화가가 어떤 존재이기에 그런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클림트가 새로운 양식을 개척했거나 또는 새로운 화풍을 창시한 화가도 아니다. 그저 약간 보수적인 아카데미시즘에 기초해 대중적이고 관능적인 감성을 추구한 화가였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클림트 그림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클림트 작품이 대중들에 인기가 있는 것은 자기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현대인들의 관능을 기가 막히게 잘 포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역시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 물론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서 굳이 독창적일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이 됐건 문학이 됐건 그 어떤 예술도 결국은 모방에 다름 아니다. 다만 모방이기는 하되 그 모방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모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림트는 그림으로 에로티즘의 관능을 마음껏 표출했다.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클림트를 유명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는 알았던 것이다. 인생은 짧고 비난은 순간적이지만 작품은 영원하다는 것을. 엉덩이를 들이대고 묘한 웃음을 짓는 여인,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하하.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