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어 하게 마련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 되지 않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그리고 신화와 전설은 자기정당성의 든든한 배경이 되곤 한다.

특히 신화를 이용해 표현되는 누드화를 보면 인간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상상속의 일을 현실로 표현할 때 예술과 외설 그리고 도덕과 비도덕이라는 필터망을 거치게 된다. 물론 그 조차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카바넬이 그렸던 <비너스의 승리>도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하긴 1800년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 싶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여성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매우 엄격했다. 여성들은 얼굴 외에는 몸을 천으로 가려야 했다. 하지만 화가들은 달랐다. 옷은 여성의 미를 볼품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 여성의 인격을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하든지 그런 억압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고 싶어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음란하고 외설적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아름다운 여체를 조물주가 만들었는데, 왜 그들은 여체를 음란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의 누드 앞에 설 때 자신의 이중성이 극명하게 들어나기도 하지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 사람의 생각이 음란할 뿐, 누드는 음란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비너스는 잘려나간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를 떠다니는 동안 모인 거품 속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품은 남성의 정액을 점잖게 표현한 말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것이다.

비록 신화는 과학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대인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긴 그런 상상력마저 없다면 무미건조한 삶을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이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비너스 모습이 남성들의 마음을 흔드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팔에 걸친 분홍빛 가사(袈裟)와 손에 들고 있는 황금사과(?)는 묘한 관능까지 불러일으킨다. 경험에 의하면 저 사과엔 틀림없이 독이 들어있을 터. 사랑은 늘 그렇게 치명상을 입히는 법이니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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