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동의를 바라지도 않지만) 누드화는 지배계층을 위한 일종의 소프트 포르노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르네상스시대에 그려진 누드화 대부분이 지배계층인 남성들의 요구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이 이를 약간 뒷받침해 주고 있지 싶다.

즉 남성들이 자신들의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판타지로 이용했다는 것. 누드화가 종종 예술과 외설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눈길에서 원초적인 욕망이 제거되기를 바란다는 점인데, 만약 그렇게 되면 남성 자체를 부인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욕망이 제거된 남성은 더 이상 남성으로써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바로 페미니스트들과 마찰을 빚는 지점이기도 하다. 

르누아르의 작품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을 감상해보자. 목욕을 마친 후 부드럽고 따스한 빛에 둘러싸인 이 여성은 작은 상자 속의 보석처럼 푹신한 쿠션 위에 누워 있다. 누가 봐도 아늑하고 평화롭게 보일 것이다. 물론 이런 형상은 많은 작가들이 그려오기도 했으며 지금도 계속 응용되어 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관능적이기보다는 아주 순결해 보인다.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할 필요가 없는 누드다.

누차 강조하는 바이지만, 누드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누드를 보는 시선 즉 머릿속의 관념이 문제일 뿐. 몸은 단순한 물질 덩어리가 아니다. 몸은 스스로 움직임을 통해 영혼에 불꽃을 밝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남성들이 여성의 몸을 탐하고 싶은 욕망도 실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기제(機制)에 다름 아니다. 영혼은 몸이라는 실체를 매개로 빛나기 시작하는 법이다.

결국 몸이라는 물질 덩어리가 예술이라는 빛의 성전으로 인도 될 때 몸은 비로소 자기 사명을 다하게 되는 셈이다. 비록 욕망의 부유물질이 섞여 있다고 해도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발가벗은 몸을 찬찬히 들여다 볼 때 우리는 피상을 넘어 자기도 모르게 아름답다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눈을 감거나 외면하지 않고 알몸을 순수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식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 몸이 언어보다 정직하다고 스스로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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