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 들어서자 서산대사가 읊었다는 삼몽사(三蒙詞)라는 시가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亦是夢中人(역시몽중인)  "주인은 손님에게 자기 꿈 이야기하고/ 손님은 주인에게 자기 꿈 이야기하네/ 지금 꿈 이야기하는 두 사람/ 이들 또한 꿈속의 사람들이라네."

읽고 음미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인생을 잘 표현한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한바탕 꿈에 다름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그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현실이라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 세계가 어쩌면 가상공간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꾸 현실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 실증적인 주장을 하곤 하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면 참으로 덧없기 짝이 없음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될 것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음가는대로 살다 가면 그만이겠지만, 수많은 관계와 얽히고설키면서 살다 보면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발만 뒤로 물러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면, 꿈같은 인생, 너무 현실에 집착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세상에 용서하지 못할 게 없고 이해하지 못할 게 없음을 깨닫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나, 이글을 읽고 있을 독자나, 우리 역시 꿈속의 사람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빙긋이 웃음 짓습니다. 악몽이든 선몽이든 결국은 꿈일 테니, 크게 걱정할 것 없지 않을까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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