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고, 분노스럽고, 통회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목불인견의 가소로운 사건이 광화문에서 벌어집니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엉터리 비지성적 목사와 맹신적 교회들이 어이없는 소요와 시대착오적 광기의 폭력이 되어 날뛰었지요.

그 결과는 전광훈의 난동으로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확진자가 1000명이 넘었다.(8월 31일). 더구나 이 확장세가 하루 이틀 더 지속 된다면 당국은 거리두기 3단계 조치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되면 거의 모든 국가 경제가 올스톱 상태가 될 우려도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만약 그리된다면 이는 그 원인이 사랑제일교회와 한기총, 나아가 기독자유 통일당, 범투본을 이끌고 있는 전광훈에게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보수를 참칭하는 무리들이 광복절임에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일장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집회했다.

75년 전 선조들은 해방의 기쁨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쏘아져 나왔는데 75년 후 스스로 보수라는 사람들이 일장기, 성조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가 정광훈의 일탈에 기인한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자신이 이 무서운 감염병 확진자로 밝혀졌다면 온 국민들께 사과하고 방역에 적극 동참하여 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방역당국에 저항하고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전광훈이 ‘문재인 독재정치를 끝장내자’며 본회퍼 목사를 인용하며 순교하겠다고 장담했다. 본회퍼가 누군 줄 알고 인용했나? 가져다 붙이면 다 되는 게 아니다. 본회퍼 목사가 끌어내려 했던 운전자는 나치 히틀러다. 독재가 뭔가? 독재는 광장정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날 80년 광주학살 만행의 독재를 못 보았는가.

일제강점기 3,1 운동의 중심역할을 한 기독교는 한국 역사 속에서 국가적 위기 앞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인권과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고난을 겪었다. 우리는 지난날 예배시에 읽은 성명서 한 장으로 2-3년 실형을 살았고, 설교 한 구절이 문제가 되어 구속되고 정보원의 예배 감시를 받기도 했다. 그런 숱한 고난을 통해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그래서 이제는 국민 누구나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반대할 자유도 보장되었다. 
 

그러나 그 자유를 그렇게 남용하는 것에 대해 분노와 모욕감을 참을 수 없다. 성조기와 일장기까지 훈장인양 내세우는 저들의 진면목은 벌거벗은 추한 사대 친일 친미의 본질일 뿐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처럼 선한 교회와 신자들도 적지 않은데 교회와 종교들이 도매금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가증스러운 위선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그런데 개신교계에서는 전광훈을 두고 ‘그는 교단에서 퇴출당한 인물’이라며 선을 긋기에 나섰지만, 한국 보수교회는 적당히 그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고자 강 건너 불구경했던 죄에 대한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상식에 따랐을 때, 전광훈은 극우 보수교회가 키워낸 괴물이다. ‘우리는 전광훈과 다르다’고 말하는 교단의 목사들도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면 예배 중단이라는 정부 지침에 반기를 든 한국교회연합도 많은 지탄을 받았다.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에 큰 염려를 주고 있으니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다.
 

독일 나치스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순교한 본회퍼 목사는 예수께서 ‘타자를 위한 삶’을 사셨으니 우리도 그대로 배워서 사는 것이라고 했는데 교회는 오늘의 감염병 시대에 적극 협조하고 국민을 계도해야 할 것이지 지난번 신천지 사태처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나라를 어지럽혀서야 어찌 하느님의 교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욕을 먹고, 교회가 패륜 집단으로 낙인 찍혀 가고 있지 않은가? 
 

이제 한국 교회는 변해야 하고, 깨어나야 한다. 저 하늘만을 바라보는 영성에서, 지구촌의 이웃과 낮은 자를 향한 영성으로 전환할 때이다. 교회는 세상과 동떨어진 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세상 속에서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하여 사회적 책임을 지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동선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이 예수의 가르침인 이웃 사랑 실천이다. 한국 교회는 이웃을 위한 존재로서 낮은 자리로 내려와 겸손하게 섬기는 모범을 보여 한국 사회를 근대화시키고, 인권 신장과 민주화에 크게 공헌한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계승하여 이 나라를 더욱 발전시키고 민족의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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