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언의행(嘉言懿行)은 채근담에 나오는 고사다. 자주 활용되지 않아서 대부분 생소하게 다가올 테지만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행실”을 뜻하는 말이다. 하긴 누군들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문제는 언제나 현실이다. 나를 옥죄어 오는 현실과 부당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보면 말이 곱게 나올 리 없다.

변명 같지만, 욕이란 가장 진화가 덜 된 날 것 그대로의 언어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오는 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못에 찔려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상황을 따져보고 아프다고 고함을 치겠는가. 그냥 찔리는 순간, 앗!이라고 내 뱉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수행이 잘 된 사람도 그렇다. 아니 진짜 수행은 세상과 연대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약자 편에 서서 함께 소리치고 울어주는 게 진짜 수행이다. 사르트르가 말하기를 “지식인은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라 했고, 칼 만하임은 지식인을 '사회의 파수꾼'이라 했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도 적극 참여해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가방끈의 길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가언의행이 부족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라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야 변방에서 슬퍼하는 사람들도 가언의행의 삶을 살아가지 않겠는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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