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했는데 돌아서면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그래도 그냥 해요”‘그래도 그냥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30명의 수강생이 채우던 강의실은 코로나19로 부분수업을 진행해서인지 자리가 드문드문하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운 여름 햇살에 71살 남희주 씨의 아름다운 은빛머리가 빛난다. 남희주 씨는 광양읍 노인복지관 중국어 초급반 수강생이다. 낯선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중국어능력시험 HSK 1급에 합격했다. 남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코로나19도, 폭염도 피해갈 수 없나보다. 
북한이 고향인 남희주 씨의 외할머니는 ‘선생님’을 했지만 ‘여자들은 배우면 안된다’며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에 목이 마른 남희주 씨는 외할머니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지만 정식 졸업장은 받을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공부에 대한 열망은 컸기에 자식농사 다 짓고 여유가 생긴 남씨는 문해학교를 통해 초등학력을 인정받자 중학교가 가고 싶었다고 한다. 무턱대고 순천의 한 중학교를 찾아가 입학을 해달라고 했더니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고 했단다. 그래서 나이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 지금은 2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중국어 공부에, 중학교 공부까지 ‘공부욕심’많은 할머니를 손자들은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남희주 씨는 “손자들에게 중국말로 한마디라도 해주고 싶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암수술을 한 적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광양에서는 처음으로 ‘요양보호사’자격증을 땄다고 자랑하는 남희주 씨는 공부 뿐 만 아니라 백운적십자사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봉사열정도 남다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남희주 씨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한편, 최월순 강사가 진행하는 광양읍노인복지관 중국어 교실 수강생은 2018년 생소한 중국어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만에 8명의 수강생이 HSK(중국어운용능력시험)에 처음으로 응시, 1급 등 자격증을 땄다. 
최월순 강사는 “수강생들이 열심히 하셔서 자격증을 따는 걸 보니 보람 있고 정말 뿌듯하다”며 “광양읍노인복지관의 위상을 높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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