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부적합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탈사이트 다음 검색창에 ‘누드 명화’를 치면 이렇게 뜬다.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단다.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을 일이지만, 이게 우리나라 문화의 현주소다. 온갖 포르노가 판을 치는 인터넷에서 누드명화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드 명화를 소개할 때마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게, 어디까지를 허용해야 하는 가다. 그러나 혐오스럽지만 않다면(이것도 순전히 개인의 주관에 불과하지만)괜찮다고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다. 그런데 신은 어쩌자고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 남자들을 괴롭(?)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자신이 만든 도덕률이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것인지 모른다. 벗은 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다만 그 몸을 보는 마음의 시선이 문제지. 

나는 고흐가 그린 누드를 볼 때마다(몇 점 되지도 않지만) 묘한 슬픔이 이는 것을 느낀다. 불행을 달고 살았던 고흐는 어떤 생각으로 누드를 그렸을까. 어쩌면 몸과 몸을 섞으면서 결핍된 현실의 고통을 잊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은 결핍을 먹고 자라게 마련.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결핍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 말하지 않는다. 정신의 결핍, 영혼의 결핍, 마음의 결핍 등이 모두 그렇다. 이러한 결핍이 예술과 만날 때 결핍은 위대한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고흐뿐만 아니라 대부분 화가들이 그랬다. 사람들이 고흐 그림에 푹  빠지는 것도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고흐 그림을 통해 자신의 결핍이 무엇인지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고흐는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귀를 잘랐지만 자본시대에 사는 우리들 역시 하루에 수 없이 마음의 귀를 자르며 살아갈 것이다. 비겁하게 살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를 닫고 마음을 닫고 살아야 한다.

아마  이게 대부분 인간들의 자화상이지 싶다. 그렇다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게 바로 비루하고 남루한 우리 모습이니까. 비록 화려한 조명발을 받지 않아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지탱하는 평범한 이웃 때문에 우리 일상은 그런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벽을 보고 누워 있는 저 여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애인이 보고 싶지 않아 돌아누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인의 등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노라니 마음이 짠해지면서 “혹시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냐?”고 말을 걸고 싶어진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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