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꺼야/ 사십사년이나 억울하게도 서로 눈을 흘기며/ 부끄럽게도 서로 찔러 죽이면서/ 괴뢰니 주구니 하며 원수가 되어 대립하던/ 사상이니 이념이니 제도니 하던 신주단지들을/ 부수어버리면서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억에 가서/ 평양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통일의 예언자 고 문익환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8월 15일이 다가온다. 우리는 이때를 해방절, 광복절이라 이름을 붙이고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진짜로 해방되어 광복을 누리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족 공동체인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자유를 누릴 때만이 민족의 해방절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남북 전쟁의 시작은 있었지만 아직도 종전을 확인하지 못한 채 70년의 세월을 보내온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일곱 번 변할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정전협정으로 싸움은 멈췄지만 아직도 평화협정을 맺지 못하고 휴전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 아닌가? 하기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문익환의 결단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반공법, 보안법이 국민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었지만 북한에 들어간 문익환은 김일성 주석과 얼싸안으며 남북 대화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이 다리를 건너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정의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평화 통일의 햇볕이 밝아오는가 했더니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서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는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도 분단을 원하지 않았고 하나 된 조국을 원했기에 4.19 민주혁명, 5,18 광주 민중혁명. 6월 민주항쟁의 혼을 이어받은 인권과 민주화 세력의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2018년 남북 정상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하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미국이 반대할 때마다 남북합의를 어기는 길을 택했고 그 결과 판문점 선언 이행율은 “0%”에 가깝다. 그동안,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 화상상봉, 남북철도 연결 등 합의를 이행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미국과의 협의를 우선시하며 약속을 나몰라라 했고,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미국산 전략무기도입 등 미국의 요구를 너무 쉽게 수용하고 호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합의 불이행을 넘어서서 합의를  파괴시켜 온 셈이다. 심지어 의지만 분명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대북전단 살포조차도 방치하여 북한의 분노를 촉발하여 남북관계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 위기의 책임을 지고 결단해야 한다. 통일의 해법은 남북합의를 실천하는 결단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단재 신채호)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강요, 미국산 전략무기 강매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도이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으로 먹고 사는 미국 자본주의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 70년간 맺어온 한미우호 관계를 허물자는 얘기가 아니다. 저들의 평화 사랑의 우정을 믿고 더 끈끈한 우호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공생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8천만 겨레 앞에 다짐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모든 장애물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어쩌면 한국이 더 독립성을 주장하고 자기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할 때다. 부정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촛불 시민의 저력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처럼 민족의 평화 통일도 풀뿌리 시민의 지혜와 힘이 모일 때 성취되리라 믿으며 민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자 하는 국민 여러분이 이 땅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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