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치노의 작품 ‘비너스와 큐피드’를 감상하다 보면 도대체 이런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 건지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그림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지만, 그 다양한 해석 중 공통분모는 에로틱한 관능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 

궁정화가로 활동했던 브론치노는 흔히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로 불린다. 매너리즘은 일종의 ‘양식(樣式)’이나 ‘수법’을 의미하는 이탈리어 ‘마니에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들 양식화파는 주로 반고전주의 경향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간결과 조화를 생명으로 여겼던 고전주의에 일종의 반기를 든 것.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전주의 작가들이 생명으로 여기는 원근법이나 조화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모자지간인 비너스와 큐피드(에로스)는 왠지 모를 에로틱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등 패륜적 상상을 유도하기까지 하며, 주변 배경 그림은 온갖 알레고리로 가득하다. 큐피드의 무릎을 받치고 있는 붉은 쿠션과 비너스가 앉아 있는 침대보는 성적 쾌락을 의미하며, 아이가 들고 있는 장미는 사랑을 나타낸다. 

또 장미 가시에 찔리면서도 아픔을 모른 채 웃고 있는 아이는 ‘어리석음’을,   파충류 모양의 하체를 지닌 소녀는 ‘기만’을, 그 아래에 놓인 두 남녀의 가면은 위선을 상징한다. 그리고 큐피드의 등 뒤로 한 노파가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이는 사랑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질투’를 의미하며,  대머리 노인(시간의 신)이 어깨 위에 모래시계를  얹은 채 장막을 걷어내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황홀한 사랑이나 쾌락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코시모 메디치 1세가 프랑스 국왕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로 건네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그림이 있어야 할 장소는 공공 박물관이 아니라 부부 침실이 아닐까 싶다. 식어가는 애욕과 에로틱한 상상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소재로 이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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