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돈으로 애인을 유혹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사람들이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이런 사족까지 달아 두었다. “순결한 사랑은 재물보다 사랑을 더 좋아하는 법”이라고. 요즘 젊은이들이 들으면 비현실적이라고 코웃음을 치겠지만, 그들도 정작은 돈 보다 사랑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은 분명하다.

사랑과 돈은 나름대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자기의 진심이 돈에 팔린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자본시대에 돈은 반드시 구비되어야 할 필수품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돈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요즘은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에 반해 사랑을 버린 심순애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며, 오히려 그런 심순애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가난은 사랑을 먹여 살리지 못하지만 돈은 사랑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의 가치가 변하지 않듯이 사랑의 가치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약간 변질되기는 하겠지만.

사실  마음 깊이 사랑을 품어 본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의 가치를 알기 힘든 법이다. 그 증거가 있다. 현대인들이 마치 물건을 교환하듯 파트너를 너무 쉽게 바꾼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뤼동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믿었던 거 같다. 사랑을 너무 쉽게 돈에 팔지 말라고 호소하는 듯한 그림을 작품으로 남긴 이유다. 그 호소가 현대인들 귀에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겠지만 말이다.

퓌르동은 18세기 후반의 신고전주의 정신과 19세기 낭만주의의 개성적 표현 사이를 잇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코레조의 영향을 받아 당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엄격한 조각적 양식이 지배하고 있었던 프랑스 회화에 보다 부드럽고 감각적인 화풍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누가 내게 사랑이냐 돈이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글쎄다. 대답하기 곤란할 것 같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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