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섬진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갱조개’라고 부른다. 아마도 강에서 사는 조개라는 뜻일 것이다.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 이름인가. 세상에 흔한 것은 대접을 받기 힘들지만, 먹는 것 만큼은 달랐다. 흔해야 굶지 않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흔한 것들이 배고픔을 채워주었다. 재첩이라고 부르는 갱조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40여 년 전에는 배알도 수변 공원 일대가 갱조개 밭이었다. 솥단지를 걸어두고 갓 잡아 올린 갱조개를 즉석에서 끓여서 먹기도 했다. 부추나 호박을 썰어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진짜는 이렇듯 담백한 법이다. 우리 생명을 지탱해 주는 물만 해도 그렇다. 무색, 무취다. 아무런 색깔도 없고 아무런 맛도 없다. 그러나 그게 우리를 살린다는 사실이다.

요즘 섬진강은 갱조를 잡아 올리는 어민들의 손길로 분주하다. 한때 가난의 산물이었던 갱조개가 지금은 별미 음식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환골탈태한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찾아오는 법. 재첩이 땡기는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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