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훌륭한 작품을 남긴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예술적인 재능과 삶이 일치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참 많다. 이 문제는 아직도 논란거리기는 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욕을 해주고 싶지만, 작품을 보면 그럴 수가 없다는 것. 이를 가리켜 딜레마라고 부르는데 화가 다비드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궁정화가로 루이16세의 덕을 가장 많이 봤지만. 혁명이 일어나고 시대가 바뀌자 그의 충성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고 만다. 이게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하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성은 정말 나쁜 놈 축에 들지만 재능만큼은 워낙 독보적이라 그 나쁜 놈을 솎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철학자여야 한다“고 습관처럼 말하기도 했던 다비드는 18세기말 신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다. 대표작으로는<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있다. 초기에는 고전문학을 공부했지만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면서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 정부 장학금을 받아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푸생과 카라바조 등 신고전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는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사실주의적인 양식으로 <마라의 죽음>을 비롯해 혁명 지도자들과 희생자들을 그렸고 나중에는 나폴레옹 전속화가가 된다. (국내 모 참고서 표지에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그림을 생각하면 대부분 아, 그 그림 할 것이다)그의 작품 대부분이 애국심을 띠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브뤼셀로 망명, 그곳에서 여생을 보낸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는 큰 사랑을 받게 되는데, 사비니 남자들과 로마 남편들 사이의 전쟁을 말리는 순간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로마건국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마는 건국 후 아이 낳을 여자가 부족하자 축제를 연다는 구실로 이웃나라 사비니 사람들을 초대한 뒤 로마 남성들이 사비니 왕국의 여자들을 납치, 아이를 낳아 로마 시민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혼란 속에서 아름다운 사비니 여인 헤르실리아가 서서 한 손은 로마의 로물루스에게 다른 한 손은 턱수염을 기른 사비니의 타티우스에게 대고 호소하고 있는 장면이다. 물론 다비드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세련되지 못한 로마 양식에서 벗어나 좀 더 우아한 그리스 양식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당시 프랑스인들이 서로  화해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런 의중을 알았던지 대중들 역시 이 그림에 끊임없는 찬사를 보냈다고.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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