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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콩트-5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정황상 아줌마의 신음이 분명했다...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0.06.21 22:51
  • 댓글 12

초등시절 촌놈인 나에게도 자아가 싹트는 시기가 찾아왔음이라.
어깨동무나 소년중앙 같은 어린이 잡지를 통해 엿볼 수 있던 도회지 아이들의 세련된 모습은 산 넘어 남촌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아이의 막연한 문명에 대한 동경을 마구 부추겨 댔다.

중학생 시절엔  미국 펜팔이 보내준 편지에서 은은히 맡아지던 향수 냄새가 형용할 수도 없는 선진문화의 냄새처럼 느껴지며 또한 가슴이 설렜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엔 들리는 대로 우리말로 옮겨 적어 외운 팝송을 소풍 때 목청껏 불러 젖히면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며 한동안 우쭐한 기분에 취해 달랑거렸다.

그렇다 보니 
유년기과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선진 문명의 동경처럼 자연스레 젖어 든 팝송이 오히려 지금까지도 편하게 느껴진다.

감성에서 이성으로의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겪으며 분명 나에게도 기성 세대의 갑질에 분노하고 반항하던 질풍노도의 80년대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제는 내 자신이 과거의 기성세대들처럼 나이를 무기 삼아  훈계를 일삼기를 좋아하는 고루한 사고의 틀딱 속물 중 하나가 되고 말았으니.

아!  
꽃다운 내 청춘이 어찌 이리
한 순간 뿐이란 말인가.

운전 중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 한 곡으로 생각이 깊어지는데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그때는 몰랐으되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니 이제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듯
기억하며 공감하는 부분이 세대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이 분명 7080세대라면 감성이란 창고 속에 잠자고 있던 소통의 매개는 바로 우리가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이며 그 속에 숨겨진 정서라는 것에 큰 이견은 없으리라.


각설하고
오늘 이야기는 지난번에 이어 기존의 이론과 정설을 뒤집는 주장과 시도로서 세상 자체를 바꾼 사람들에 관한 두 번째 글이다.

내 끄적임이 늘 그렇듯 지루한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끝나면 ‘썰’이 하나 등장하는 데 인문은 포장일 뿐 그것이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던 건빵 속에 숨겨진 달콤한 별사탕임을 잘 알고 있다.


크라우칭 스타트
1896년에 제1회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게 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육상 남자 100m 결승에는 5명의 선수가 출발선에 선다.

그런데 유독 한 선수의 자세가 눈길을 끈다.
 
관중들은 그를 보며 웃기 시작하는데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그의 모습은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소한 자세였기 때문이었다.

아래 사진 중 왼쪽에서 두 번째 선수를 주목해 보면 분명 다른 선수들과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크라우칭 스타트가 육상 단거리 경주의 출발의 당연한 자세로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 저런 혁명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미국 대표로 출전한 토머스 버크였다.

※crouch는 '쭈그리고 앉는다'를 의미하는 영 단어인데 ‘크라우칭 스타트’를 굳이 우리 말로 해석한다면 ‘쭈그리고 앉아 웅크린 자세의 출발’ 정도가 되어야 하니 그냥 크라우칭 스타트라는 외래어로 처리하는 것이 더 편했을 듯하다.

처음 그의 자세를 본 선수들과 관중들은 버크를 비웃었지만, 그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자 너도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 자세는 운동역학적으로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점이 증명된다.

이후부터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엉덩이를 높게 치켜들고 출발하는 방식인 ‘크라우칭 스타트’(Crouching Start)는 이 세상에 표준으로 등장하게 된다.

당시 21살의 나이로 철저하게 무명이었던 버크는 100m뿐만 아니라 400m에서도 우승해 아테네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라는 사실도 찬란한 위업이지만, 남들이 상상조차도 못하던 역발상의 시도를 맨 처음 구사하여 단거리 출발의 새 기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토마스 버크는 올림픽 역사에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비웃음 유발 배면뛰기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는 미국의 남자 높이뛰기 선수가 역발상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오랫동안 높이뛰기 선수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Bar)를 넘었는데 당시 가장 널리 유행했던 방법의 하나는 양다리로 바를 걸터타듯 넘는 '이스턴 컷오프(eastern cut-off)' 동작 일명 ‘가위뛰기’였고,

가위뛰기

 또 하나는 몸을 옆으로 굴리며 바를 넘는 '롤오버(roll over)'였다.


그런데 21세의 미국 청년 딕 포스베리가 바(Bar)를 누워서 넘는 것 같은 이른바 ‘배면뛰기’ 방법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그가 배면뛰기를 처음 시도했을 때 기자들은 비웃었고 관중들은 이상한 모습에 폭소를 터뜨렸다.

배면뛰기란 도움닫기를 한 뒤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해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바(Bar)를 넘은 것인데 그는 이 대회에서 2m 24㎝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이 점프는 그의 이름을 따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으로 불리게 되며 이후 그의 ‘배면뛰기’는 하나의 표준이 된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는 처음엔 이단으로 취급되었지만, 붓다처럼 콜럼버스처럼 코페르니쿠스처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수요 할 때까지 묵묵히 내공을 쌓으며 기다린 사람들에 의해 한 꺼풀 한 꺼풀 단계를 벗는 과정을 통해 진화해 왔다.
이단과 사이비 그리고 정통의 차이는 그 논리와 교리를 따르는 자들의 숫자에 따라 갈라지지만, 즉각적인 결과가 중시되는 스포츠의 세계는 그와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해 왔으니 앞으로 어떤 기술이 또 개발되어 스포츠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힘들더라도 견뎌내면 언젠가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이태원

성인 콩트 5/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2

철썩철썩 살 부딪치는 소리가 격렬할수록...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성장기 리비도의 에너지는 저절로 타올랐고
아이는 훔쳐보기를 통해 남녀 간의 생물학적 접촉에 대한 이해에서도 여타 다른 도시 아이들보다도 훨씬 먼저 눈을 떴다.

동네 천둥벌거숭이들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것이 심드렁해지면,
지붕에 올라가 거웃이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동네 누나가 뒤란에서 목욕하다 말고 오나니 하는 것을 훔쳐보기도 했고, 옆집 고등학생 춘삼이에게 놀러 가서 '선데이 서울'이나 '음란서적'을 보여달라 조르기도 했다.

춘삼이는 귀찮아하면서도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 놓았던 빨간책을 꺼내 획 던져주었는데, 눈을 거슴츠레 뜨고 가랑이를 쩍 벌린 서양 여자의 선홍색 동굴을 보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당시 어른이나 마찬가지였던 춘삼이가 조무래기 동네 꼬마에 불과했던 아이의 눈치를 살펴 가며 가당치도 않은 요구를 받아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아이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변소에 간 적이 있다.
오줌을 시원하게 깔기고 나와 흘낏 담 너머를 보니 춘삼이가 아줌마네 집 마루에 걸터앉아 창호지 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시골 소읍의 집 구조들이 다 그렇듯
담이라야 돌을 몇 개 주어다가 쌓아 올린 구조인 데다가 허물어져 무너져 내린 곳이 대부분이어서 어른이나 애나 옆집에 갈 때면 담장으로 드나들었다.

아이는 담을 넘어 살며시 춘삼이 옆에 가서 앉았는데 그는 아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쉬잇! 하며 손가락을 다급하게 입술에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아이의 팔을 잽싸게 낚아챘다.

방 안에서는 누군가 심하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정황상 아줌마의 신음이 분명했다.

철썩철썩 살 부딪치는 소리가 격렬할수록 아줌마의 신음도 그에 비례해서 켜졌다.

분명 아파서 내는 소리임이 분명함에도 아줌마는 '아이고 좋다! 아이고 좋다!'를 숨넘어가듯 반복하고 있었다.

세상 음양의 이치를 아직 모르고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도 그 소리는 호기심을 넘어 색다른 자극과 흥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란 춘삼이는 다급하게 아이의 입을 우악스럽게 틀어막고 자신의 옆구리에 한참 동안 끌어안고 있었는데
아이도 방안의 동정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어 마침내 춘삼이의 압박을 풀어냈다.

창문에는 이미 위아래로 몇 개의 구멍이 나 있어 마침내 눈높이에서도 방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을 찾아 아이도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아줌마는 누워있는 아저씨의 허리 위에 걸터앉아 위아래 잰 동작으로 연신 방아를 찧으며 아이고 좋다! 여보 좋아! 를 외치고 있었다.
삼십 촉 백열전구 아래 두 몸뚱이의 격렬한 움직임은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알지 못할 강렬한 느낌의 끌림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양손으로 아줌마의 허리를 잡고 아줌마의 위아래 방아 질을 도와주며 그도 역시 강아지가 골골 앓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직 아이가 없었던 그녀는 아이를 볼 때마다 귀엽다며 이뻐해 주었는데
그런 그녀의 평소 자상하고 곰살맞았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벌거벗고 젖가슴을 출렁이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충격을 떠나 두렵고 괴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독의 습성과 비슷한 헤어나올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 사건은 어렸을지라도 아이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리비도라는 씨앗이 좀 더 빨리 발아하는 계기와 촉매가 되었다.
또한, 그것은 아이가 그동안 지지고 있었던 호기심의 영역이 좀 더 본능적인 차원으로 확대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밤만 되면 변소에 가는 척 담장 너머 아줌마의 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가 시작되어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밤.
아이는 변소에서 다녀오며 아줌마의 방을 힐끔 보았는데 백열전구 불빛이 비쳐나오는 창호지 문에서는 아줌마가 방아를 찧고 있는 실루엣이 희미하게 투영되고 있었다.
변소에 가느라 들고 나왔던 구멍 숭숭 뚫린 비닐우산에서는 거센 비가 내리쳐 온몸이 젖는 줄도 모른 채 아이는 아줌마 방으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창호지 구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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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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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왕자 2020-06-26 15:42:27

    이런 재미난 글이 있다니!
    대박입니다.   삭제

    • 피더팬 2020-06-24 20:20:19

      제가 초등학생 시절 한 아파트 누나와 형들을 따라 가재를 잡기위해 집 근처에 있는 큰 저수지에 갔었습니다. 봄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으슥한 곳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다가가는 소리가 나자 20대로 보이는 남녀가 갑자기 개나리 숲에서 나왔어요. 급히 일어나느라 옷도 추스리지 못하고 꽁무니를 빼더라고요.
      중딩 형들은 얼레리꼴레리를 외쳐대며 쫓아갔고
      저도 덩달아 놀리며 따라서 뛰었습니다.

      그때의 중학생 형은 뭘 알고 그랬던거군요.   삭제

      • 라푼젤 2020-06-24 12:37:23

        지금보면 가위뛰기는 촌스럽고 롤오버식의 방법은 웃음이 나오는 뛰기의 방식같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져 그런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이 진화되는 과정속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며, 기록을 단축하고 갱신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유전인자가 심어져 있다보 봅니다.   삭제

        • 목로주점 2020-06-23 21:52:00

          이런 글을 신문에 연재하기는 사회 통념상 쉽지 않은데요~~~~~~~
          어떤분인지 작가님을 뵙고 싶어요
          아직도 드러내기는 어려운 부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데 글을 읽으면서 얼굴은 빨개져요
          하지만 천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가감없이 나타내는 글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드리고파요.
          이책으로 출판 기념회를 여신다면 1등으로 작가님의 친필 싸인을 꼭 받을거예요.   삭제

          • 꼬맹이 2020-06-23 09:44:56

            창호지 문구녕을 들여다본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타.
            글이 꿀통을 훔쳐먹은것 처럼 재미 만땅이네유.
            열라 읽어드릴게유.   삭제

            • 유리핀멤피스 2020-06-22 22:10:39

              서울 이태원에 가면 그런 말귀가 적혀있나요?
              기다리다보면 밀물의 때가 온다..   삭제

              • 구름나그네 2020-06-22 20:15:21

                토마스버크가 크라우칭 스타트로 훌륭한 기록을 갱신하였기에 후일 육상 단거리 출발의 표준폼이 된 걸까요? 아님 저 자세가 상당히 과학적이라 채택이 되었을까요?   삭제

                • 해바라기 2020-06-22 19:29:13

                  지금까지 글중 가장 핫하군요.
                  주위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게 됩니다.
                  관음증은 인간의 본능인가? 아니면 병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삭제

                  • 예향유 2020-06-22 16:08:08

                    크라우칭 스타트, 배면뛰기 등의 새로운 지식을 알게되고썰도 접하게 되니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꿩먹고 알먹기이네요.
                    작가님의 배경지식에 혀를 내둘러보게 되어요.   삭제

                    • 즐살아님 2020-06-22 16:06:51

                      이태원이란 분이 누구신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훌륭한 명언을 남기셨군요.
                      작가님이 아시는 분이면 제 대신 술 한잔 사드리십시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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