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 그림의 특징 중 하나는  대체로 밝고 활기차다는 것이다. 파리의 일상을 그린 그림만 봐도 금방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평생 동안 6000점의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하나같이 색이 밝고 화려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 누드 작품도 다수 포함된다. 르누아르는 알제리와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누드에 천착하기 시작한다.

그리스 문화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여체를 어떻게 하면 그리스문화처럼 아름답게 표현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던 것. 훗날 영화감독이 된 르누아르 아들 장이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왜 아버지는 그렇게 발가벗은 여인의 나체만 그리세요?” 사실 속물스럽다고 핀잔을 준 것이다. 그러자 르누아르는 “인생과 삶이 대부분 어둡고 슬픈 비극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림만이라도 밝고 활기차야 하지 않겠니? 비극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그릴 테니까 말이다”

그는 주로 여성이 가진 신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심지어 “적어도 누드화라면 관람객들이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진짜 좋은 누드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 누드화를 그리기 전에 모델들의 엉덩이와 가슴 등을 최대한 많이 만졌다고 한다. 그래야 그 감각을 붓으로 생생하게전달 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목욕하는 여인들>을 감상하다 보면 정말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을 느낀다. 그는 엿보고 싶어 하는 관음적(觀淫的)인 남성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여인의 나체를 풍만한 글래머 스타일로 표현 했던 것이다. 다산의 작가로도 유명한 그는 60여 년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까닭에 6천점이라는 어마무시한 그림을 남겼다.

대충 어림잡아도 매일 한점씩 그렸다 계산이 나온다. 심지어 말년에는 지병인 류머티즘 관절염이 악화되자, 아예 붓을 손에 묶고 그릴 정도로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은 뜨거웠다. 재밌는 일화 하나.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목욕하는 여인들>의 실제 모델 중의 한 명이 앙드레 에슬링이었는데, 르누아르가 죽은 후 그의 아들 장과 결혼하게 된다. 르누아르 생전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물론 우리나라 정서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지만, 이 역시 예술가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지 못하는 예술은 그저 하나의 고급 취미에 불과할 테니까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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