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를 때는 경외심으로, 산을 내려 올 때는 감사함으로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일은 자기고향으로 돌아가는 일과 같다고 했다. 산에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몸 하나만 믿고 발을 내딛으면 된다.

험한 비탈을 오르내리다 보면 물아일체, 아니 산아일체도 경험하게 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머리에 밀려나 있던 몸이 다시 되살아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등산은 몸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 주기도 한다. 산에서 믿을 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특히 산은 지치고 힘든 사람을 언제나 말없이 반겨준다.

지위나 명예도 따지지 않고 누구든지 다 받아준다. 설령 사람은 변해도 산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자(智者)는 물과 같지만 인자(仁者)는 산과 같다고 했던 것이다. 

山은 고도(高度)보다 태도(態度)가 더 중요

지난 6일 진상 구황실에서 출발, 백운산 억불봉에 올랐다. 이날 등산은 백운산을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자는 취지를 담아 구성된  백운산 모임 회원들과 광양시 토요산악회원들(회장 서영식)이 함께한 등산이었다.

산악회원들은 역시 단련된 프로답게 산을 잘 탔지만, 백운산 회원들은 쉬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산을 올랐다. 기온은 다소 높았으나,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산림치유가들의 말에 의하면, 숲을 이루고 있는 녹색은 심신의 평온함을 이끌어 내고 집중력을 높여 준다고 한다.

특히 숲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마음의 안정을 나타내는 두뇌의 알파파를 증대시켜 스트레스를 완하 시킨다는 것. 산에 가면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업 되는 이유다.

그리고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면역계를 강화하고 염증을 가라앉힌다고 하니 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병원인 셈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1년만 꾸준히 산을 다니게 되면 웬만한 병은 모두 낫는다고 호언장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등산에는 인기 드라마<왕초>와 <주몽> 등에 출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윤용현 탤런트가 함께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그는 백운산의 아름다움에 관해 침이 마르도록 찬탄했다.

윤 배우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광양 진상면 출신 구회근 판사와 둘도 없는 사이인데, 이날 구 판사가 초청해 함께 합류 하게 됐다.

윤 배우는 “광양 백운산이 명산에 든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고 감탄했다.

구회근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는 “백운산이야 말로 광양환경을 지키는 녹색산소통”이라며“우리가 산을 대할 때는 항상 겸손한 태도와 경외심을 동시에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산은 고도(altitude)보다 태도((attitude)가 더 중요하다. 태도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산은 사람을 품어주기도 하고 내치기도 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임 숲해설가는 “코로나로 인해 자칫하면 마음이 균형을 잃기 쉬운 요즘, 백운산을 등반하면서 맑은 산소를 가슴에 채우는 것도 건강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요즘 6월의 백운산은 녹색물결로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잠깐 짬을 내서 훌쩍 다녀오기만 해도 마음에 싱싱한 녹색물이 들 것”이라고 산행을 권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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