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다고 여기는 곤충이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기는 인간이나 기생(寄生)해서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 싶습니다. 곤충들은 풀잎에 기생하면서 생명을 이어가고, 인간들은 자본주의에 의지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죠. 아니, 이 세상에 기생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이렇게 어딘가에 기생(寄生)해야 비로소 기생(氣生)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우리는 이를 가리켜 공생공존이라 부르기도 하고요.

요즘 누구보다 바쁜 게 곤충들입니다. 짝짓기를 서둘러 마쳐야 하는 것은 물론, 꿀도 따다 날라야 하고 꽃과 꽃들을 수정도 시켜야 하지요. 세상에는 사람만 바쁜 게 아닙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존재들도 우리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맹목적인 열심이기는 하겠지만, 그 맹목적인 열심이 자연을 가꾸는 동력이 되기 때문에 맹목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 셈이죠. 혹시 요즘 들어서 매사에 모든 것이 시큰둥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술병부터 찾지 말고 가까운 공원에 가서 들꽃을 한번 관찰해 보세요. 작고 여린 생명들이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식었던 마음의 혈관에 뜨거운 무엇이 흐르는 것을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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