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대대적으로 책장을 정리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책을 버릴 땐 여간 마음이 아픈 게 아니다. 그 책을 쓰기 위해 고뇌했을 작가를 생각하면 쉽게 버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떨 땐 버리기 위해 솎았다가 다시 제자리로 꽂아두는 책도 많다. 물론 다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책이 곁에 있는 한 나는 든든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고문서 따위는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책들이다. 하지만 남들 보기엔 그렇고 그런 책이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들이다. 마치 자기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처럼 말이다. 굳이 옛 말을 인용한다면 '폐추자진'이라고나 할까. 남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몽당 빗자루도 주인에게는 소중하게 쓰이는 것처럼. 

요즘은 도서관이 워낙 많고 또 책도 흔해 개인에게 책을 거의 빌리는 일이 없지만, 40여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나 보다. 어느 학자는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가리켜 사치(四痴) 즉 네 가지 어리석음이라 불렀다한다. 일치(一痴)는 빌리는 것이요, 이치(二痴)는 빌려주는 것이며 삼치(三痴)는 빌리고 돌려주지 않는 것이요. 사치(四痴)는 빌렸다가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는 것. 가만 생각하면 정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모파상은 자기에게 책을 빌려 달라 사람들에게 이런 문구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절대 빌려 줄 수 없음. 나도 남들로부터 빌려 온 것이기 때문임”

나는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 중에 책도 한 몫을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성서가 되었고 부처님은 불경이 되었던 것이다. 흔히 도서관을 책들의 무덤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책을 읽지 않고 버려둘 때를 말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순간 책들의 무덤은 다시 부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이 아무리 영상 시대라고 해도 책을 읽지 않고 우리는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가 없다. 아니 영상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도 독서는 필수 과정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이 문구는 영원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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