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보면 다윗은 자신의 충복인 우리야의 아내인 밧세바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본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고 다윗은 흑심을 품게 된다.

그러나 밧세바는 자신의 충직한 부하의 아내이며, 무엇보다 지금은 전시 중이다. 우리야는 집을 떠나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는데, 부하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아마 다윗도 이 부분에서 갈등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은 욕정을 이기지 못하는 법. 결국 다윗은 밧세바와 동침을 하게 되고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순간 다윗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이를 어쩐다...’ 고심 끝에 다윗은 우리야를 최격전지로 보내 전사하게 만든다. 우리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다윗 왕은 즉시 밧세바와 혼례를 올린다. 참으로 비열하기 짝이 없지만 성서는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역사를 불문하고 남자라는 존재는 욕정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다. 

렘브란트의 작품 목욕하는 밧세바는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답다. 사내라면 누구나 탐을 낼만하다. 빛의 화가라는 찬사에 맞게 짙은 어둠 속에서도 곳곳에 남아 있는 여분의 빛이 묘하게 매력을 뿜어낸다. 렘브란트는 바로크 시대의 화가이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화가들처럼 인물을 과장되게 미화시키거나 움직임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빛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뇌에 빠져있는 밧세바의 얼굴 각도다. 작품이 발견되고 X선 검사를 한 결과 밧세바의 원래 얼굴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렘브란트는 갈등하고 고뇌하는 밧세바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각도를 설정했는데, 그 결과 밧세바는 체념하듯  바닥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시켰다고. 특히 금색실의 옷감, 흰 색 린넨 천은 밧세바의 누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오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렘브란트는 밧세바의 심리와 이에 맞는 섬세한 표현 덕분에 지금도 이 그림은 걸작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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