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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순금처럼 정제된 문학, 어른들이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동화작가  조연화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0.03.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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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을 졸라대던 6년 전 어느 날. 드디어 가족 여름 휴가를 내 소원대로 보내게 되었다. 족장은 미리 통나무를 사고 잘라서 섬진강 모래사장에 운반했다.우리 휴가 계획을 들은 친구 가족이 함께 하겠다며 멀리서 내려왔다. 모두 합해 14명.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던 8월의 섬진강 매각마을에 두 가족이 모였다.

꼬박 이틀간 달라붙어 통나무를 나르고 묶어 대형 뗏목을 만들었다. 우리는 큰 돛만큼이나 부푼 가슴으로 출항했다. 구령에 맞처 함성처럼 노를 저으며 푸른 물살 위를 헤쳐나갔다. 가슴이 벅찼다.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자리일수록 어른, 그다음은 청소년이 맡았고.

아이 셋은 노래를 불러주며 가장 편한 자리에 앉았다. 강 한가운데를 물살을 타고 흐를 때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쾌감에 내가 강이 된 듯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도 벌어졌다. 수위가 낮은 곳은 강바닥에 뗏목이 닿아 나아갈 수가 없었다. 모두가 내려서서 있는 힘을 다해 뗏목을 밀어야 했다. 

따가운 태양 아래 포구의 습기가 더해져 온통 끈적끈적했다. 어둑해져서 우리는 하동 어느 언저리에서 뗏목을 멈추었다. 두리번두리번 중국요리집을 찾아 저녁을 먹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힐끗거렸다. 어른 넷에 대학생들부터 유치원생까지 꾀죄죄한 몰골로 몰려다니니, 이상한 사람들로 보였을 것이다.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과연 아이들이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염려했던 것은 기우였다. 아이들도 6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날의 모험을 기억하며 웃는다.

나는 당시에 그 일을 SNS에 올렸었다. ’참 할 일 없는 사람들‘,‘엉뚱한 사람들’이라고 비웃을 거라 예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했다. 남편이 직원들과의 SNS에 뗏목 만드는 사진을 올릴 때부터 전화가 쇄도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빗발쳤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직접 해내다니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그저 바쁘게만 보였던 이들도 마음 한구석에 나처럼 톰 소여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지금쯤 눈치 챘겠지만, 우리는 톰 소여를 따라 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줄곧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톰, 게으름과 만족스러움을 동시에 얼굴 가득 품은 허크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나로 하여금 어른이 되어서라도 미시시피강 대신 섬진강을 건너게 한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가끔 섬진강보다 더 큰 강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조금 비틀거릴지라도 이내 웃을 수 있었다. 톰과 허크 외에도 손을 잡고 강을 건네주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짐, 네로, 아로와, 래미, 앤, 하이디….

일생을 이끌어 준 나의 친구들, 천의 얼굴, 천의 가르침, 그것은 바로 동화였다! 
작은 동화책 안에는 세계가 담겨 있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가치가 담겨 있다. 자녀에게 최고의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그 손에 문제집을 들려주기 전에 동화책이 떨어지지 않게 지원해 줘야 한다. 가장 큰 지원은 함께 사고, 함께 읽고 공감하는 것이다. 동화 속에는 어른이 알고 공감해야 할 자녀의 모습, 다음 세대의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이 거울처럼 담겨 있다. 

동화는 순금처럼 정제된 문학이다. 어른들이야말로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존재하기 위해 동화를 읽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 것이다.

 여전히 ‘피터팬’ 같은 나의 동지들과 쉼 없이 달려오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어른, 삶에 지치고 지쳐 다시 웃고 싶다는 희망조차 잊은 어른들을 만나고 싶다. 그들의 가슴에 한 권의 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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