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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매화꽃잎 흩날리고김은우 시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0.02.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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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엔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 속에 광양 매화 축제가 취소되었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축제가 취소되어 다압 농가나 지역의 식당가 등 주민들의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한 매화마을의 매화문화축제는 1997년에 시작되었으니 지역 축제치고 역사가 꽤 오랜 셈이다.
 

해마다 2월이면 매화가 언제 필까 기대하면서 기다리곤 했다. 2월 말쯤 서울에 갔다가 오래 머물다 온 적이 있다. 서울에서 광양에 내려와 보니 매화가 다 진 뒤였다. 어찌나 서운하던지 누군가에게 봄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고대하던 매화를 보지 못한 그 해는 봄이 없고 여름부터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광양에 살고 있지만 그때는 광주에 살던 때였다. 해마다 봄이면 광주에서 광양으로 매화를 보러 오곤 했다. 오히려 광양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청매실농원을 찾지 않지만 광주에 살 때는 연례행사처럼 먼 길을 달려 청매실농원을 찾았었다. 
 

 그해엔 꽃샘추위 때문인지 다른 때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나비와 햇살이 숨바꼭질하고 무수한 나뭇가지 위의 잎들이 흔들릴 때 바람에 향기가 천리를 가는 첩첩한 꽃길 이어지는 꿈결 같은 봄날, 우리는 몰려나온 벌떼 같은 군중에 취하고, 매화꽃 도도한 자태에 취해 혼미해져서 찰칵찰칵 무수한 장면들을 재생하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우리 일행이 청매실농원에 도착해서 황홀해하는 동안,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의자와 북 꽹과리 장구 등 악기들이 놓여지기 시작했다. ‘사물놀이패공연이 예정되어 있나?’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이윽고 주변에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금 후 소리꾼 장사익과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서럽게 울었지/’

노래 소리가 온 산천에 울려 퍼지고 분홍빛 매화꽃잎이 섬진강으로 흩어져 날렸다. 어둡거나 환한 문장이 난무하는 바람이 불고, 새로 돋기 시작한 푸릇푸릇한 여린 잎들을 읽는 동안 허공이 향기로 가득했다. 우리는 입을 모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눈처럼 날리는 꽃잎을 응시하며 슬픔 따위는 강물에 흘려보내고 한층 잔잔해진 마음으로 흩어지는 꽃잎을 바라봤다. 전율로 몸을 떨게 하는 감동적인 노래 소리에 이 순간이 멈춰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바빠서 아플 짬도 없는 우리들, 꽃 지는 길목마다 출렁거림으로 밀물지는 봄의 길목에서 꽃길처럼 펼쳐질 알찬 일 년을 기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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