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대체로 보는 대로 판단하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 이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본다’는 의미는 ‘해석한다’는 의미와 상통하는데, 해석 역시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래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는 이유다.

유명한 루벤스 작품 중의 하나인 <키몬과 페로> 역시 마찬가지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시선처리에 무척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 그림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편견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그림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보게 되면  딸과 같은 여자와 부적절한 애정행각을 그린 작품이라며 비난하기 쉽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외설처럼 보이는 이 그림이 국립미술관에 떡하니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윤리적인 단죄는 딱 여기까지만이다. 

이 그림은 슬픈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의 여인은 바로 젖을 빨고 있는 노인의 딸이다.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감옥에 투옥되었는데, 노인이 받은 형벌은 ‘음식물 투입금지’법이었다. 한 마디로 굶어 죽는 형벌을 받은 셈이다. 아버지가 굶어 죽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딸이 서둘러 면회를 갔다. 다행이 해산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젖을 먹여 아버지를 살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설명이 첨가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외설로 치부되기 쉬운 이 그림을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애국심이 담긴 최고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 노인은 ‘키몬’이라는 고대 로마의 사형수였고, 여인은 그의 딸 ‘페로’이다. 딸  페로의 헌신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많은 화가들이 화폭에 담았는데, 루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루벤스는 벨기에인 플랑드르 출신으로 렘브란트와 함께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방을 운영했을 정도로 당대에 이미 인정을 받았던 그는 이탈리아에 머물며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을 연구했고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발전시켜 바로크 미술의 정점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역동적인 구성, 탁월한 인체 묘사, 극적인 표현력, 생생한 색감 등 초상화와 풍경화, 종교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여러 왕가의 궁정 화가로 활동했던 루벤스는 인문적 소양이 깊었던 탓에 외교관으로도 활동하며 당시 유럽 정치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스페인의 필립 4세와 영국의 찰스 1세로부터 작위를 받기도 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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