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에곤쉴레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공허감과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생에 대한 연민이 동시에 솟구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림의 겉만 보는 사람은 에로틱한 그의 그림 앞에서 시선처리에 애를 먹지만, 자세히 음미하다 보면 결국 내 관념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쉴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과감 없이 표현한다. 그를 두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태도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미 도덕과 윤리라는 위선으로 도배된 사람은 도저히 흉내조차도 내지 못할 일이다. 순수한 사람을 보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이유다. 순수함 앞에서는 위선이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니까.

쉴레는 특히 어린 소녀들의 나체를 많이 그렸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미성년자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작품은 포르노로 취급되어 압수되는 수난을 겪는다.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에로틱한 그림을 전시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고 24일간 수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레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20세기 오스트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그는 인체를 왜곡되게 표현하고 독특한 구도와 색채를 사용했다. 특히 그를 높게 보는 이유는 예술적 가치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느껴지던 초상화와 자화상, 풍경화 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데 있다. 

쉴레 아버지는 역장으로 일했는데, 아들의 스케치북을 불태워 버릴 정도로 쉴레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쉴레는 부끄럼 많고 내성적이었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으로부터 미술 공부를 계속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한 이후 삼촌의 도움으로 비엔나의 예술공예학교에 입학한다. 그 후 클림트를 만나 평생 함께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쉴레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결혼을 했지만 임신 6개월이던 아내 유디트가 유럽에서만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고, 그로부터 3일 후 쉴레 역시 짧은 생을 마감하며 아내 곁으로 떠나고 만다. 역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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