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과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속담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여행도 다녀 본 사람이 더 자주 나가게 돼 있다. 왜냐하면 세상은 넓고 봐야 할 것들이 천지라는 것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시로 해외여행을 나가는 나를 보고 ‘팔자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여행은 용기의 문제이지 팔자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에는 돈과 시간이 많아도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행은 오감(五感) 즉 온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낯선 곳에 갈 때 내 감성의 촉수는 다시 깨어난다. 마치 한 권의 책이 일시적인 따분함을 구원해 주듯이 여행은 무료한 내 일상에 특별함을 선물해 준다. 아니 일상과 내 주변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잠시만 눈을 감고 헤아려 보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찰나에 불과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찰나의 인생을 쓸데없는 고민과 의미 없이 흘러 보내기에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 덧없는 삶을 더 없이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만드는 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금술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는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라고 말했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 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일상의 문지방을 쉽게 넘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마음은 늘 여행을 통해 새로워지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 자기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이다. 아니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처난 자아를 회복시키고 싶은 장소를 가지고 싶어 하는데, 그 장소를 찾아 떠나는 과정이 바로 여행이기도 하다. 

흔히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떠나는 여행자’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 떠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 셈이다.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여행은 우리 내면을 가장 빠르게 성장시키는 촉진제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머물던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풍경을 만나고 돌아오는 사람만이 다시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내 여행철학이다. 

무엇보다도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것에 대해 겸허해지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모양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지는 것이다. 

여행은 단순하게 장소만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편견까지도 바꿔준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의 마음이 넓은 것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다. 진짜 인생의 비극은 삶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그 짧은 인생을 쓸 데 없는 걱정으로 더 짧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삶을 두 배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있는데 바로 여행이 그렇다. 이것은 그동안 내가 여행하면서 깨달은 교훈 중의 하나다. 아니, 우리가 아침마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도 여행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살아가는 그 자체가 여행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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