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뇌하는 동물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정의했지만, 그 생각의 80%는 고뇌일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뇌는 고민보다 한 단계 높은 말이다. 고민이 중첩되면 고뇌가 된다. 고뇌가 점점 뜨거워지면 번뇌(煩惱)로 옮아간다. 번뇌는 뇌에 불이 붙었다는 뜻이다. 태울 번(煩)자가 불 화(火)와 머리 혈(頁)로 구성된 이유다. 

고흐(나는 고흐도 ‘苦흐’로 치환해서 부르고 싶지만)를 보면 더 실감난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고흐의 삶은 매 순간이 고뇌의 연속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은 고뇌를 안고 살 수 있는 것인지 몰라도 고흐는 그랬다. 그는 차라리 화가가 아니라 철학자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는 마치 광기를 가슴에 품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고흐 그림 대부분이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는 이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림 제목은 ‘영원의 문’ 이다.  이 그림은 고흐가 권총자살하기 불과 며칠 전에 그렸는데, 당시 고흐의 정신 상태가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본래 1882년에 석판화로 찍었던 것을 1890년, 유화로 다시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가슴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희망이 수혈 될 때까지 창백한 정신은 제 색깔을 돌려놓지 못하는 법이니까.

고흐에 대에서 말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의미하지만,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고흐는 19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과 프랑스를 떠돌면서 책방 점원과 선교사 등을 지냈다. 그러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천직임을 깨닫고 습작에 열중, 네덜란드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한 후 프랑스에서 인상파 화가들을 만나면서 그의 독특한 화풍이 확립됐다. 현대 회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그는 <자화상>과 <해바라기 연작>, <별이 빛나는 밤에>등의 작품을 남겼는데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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