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행 다녀오던 길에 공항에서 나만의 자투리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시간이 내겐 가슴 설레게 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항상 바쁘게만 스쳐가던 장소였지만 그날따라 나는 모처럼 여유를 느끼며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는 2019년의 달력을 마주하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싶다. 그러나 다시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숨 쉬는 한탄이 감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노루꼬리 만큼 남은 연말에 나는 제일 먼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내 몸이 건강하다는 것,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맑은 눈이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을 감지하고 느낄 수 있는 오감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무엇보다 감사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내 손에 있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타인의 손에 있는 것만 보면서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이 가진 것에만 눈독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지금 이 시간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때론 이런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길 때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협업을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새해에는 누군가에게 보다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 본다. 

이 세상에 가장 귀한 재산이 있다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해에도 좋은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누구를 대하든 인격적으로 대하고 항상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면 된다. 나와 생각이 달라도 ‘아 그럴 수 있구나’ 하면서 수용하기만 해도 관계는 좋아진다. 그런데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역지사지’ 보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억(?)지사지’를 부리는지 모른다. 가끔씩 나 역시 그럴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재빨리 고쳐먹는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 해 동안 상대방에게 말로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다시 나를 돌아본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지만, 말로 받은 상처는 정말 오래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말로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지지만 말로 받은 상처는 좀처럼 아물어지지 않는다는 것,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연예인 ‘구하라’씨가 목숨 줄을 놓은 원인 중의 하나도 악성댓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행복도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다. 공기가 도처에 있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도처에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고로 새해에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자기만의 행복 정원을 잘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행복 정원 중앙에 심어야 할 나무가 감사나무라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한해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달아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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