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포토에세이
애만 태울 수밖에 없었던 매천매천, 詩로 시대를 읊다-3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9.10.30 13:01
  • 댓글 0

季方以近體四首見寄依韻和之(계방이근체사수견기의운화지)

 

어미 소는 지붕이 떠나갈 듯 울고 / 乳牸牟然震屋雄

늙은 개는 먼 허공을 향해서 짖어대네 / 老狵孤吠向遙空

쓸쓸한 마을엔 찬 달이 슬금슬금 넘어가고 / 荒村緩度寒天月

시든 나무엔 빈 들의 바람 내내 울어대네 / 枯樹長鳴曠野風

시국 근심에 부질없이 애를 태워 보지만 / 謾作時憂添肺熱

선현을 떠올림에 얼굴이 붉어지네 / 想來先哲發顔紅

시를 읊을 정서라곤 조금도 없다 보니 / 了無情緖參詩境

한밤중이 되도록 등불만 돋운다네 / 猶自挑燈到夜中

 

이 작품은 매천 49세 1903년에 지은 시로, 계방이 근체시 4수를 보내왔기에 시운에 따라 화답한 시다. 소는 지붕이 떠나갈 듯 울고, 개는 허공을 향해서 짖어대고, 쓸쓸한 마을에 찬 달이 넘어가고, 빈 들의 바람 울어 대고... 모든 시어 들이 나라의 처지와 매천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망국의 길로 치닫고 있는 시국을 보면서도 그저 애만 태울 수밖에 없는 처지의 매천이다. 옛 선현들이 어려운 시국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자신의 처지가 선현들 앞에 얼굴이 붉어진다 말하고 있다. 나라의 정세를 생각하니 시를 읊을 정서조차 남아 있지 않은 밤에 시국 걱정으로 한밤중이 되도록 등불만 돋우고 있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김미정 작가 삽화 유현병 화백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봉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