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률,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수호해야 한다고 여겼던 가치다. 그 중 ‘나의 마음으로 미루어 보아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뜻은 타인도 그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나는 철학의 한계이기도 했던 추상성에 머물러 있던 것 같다. 그것이 현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몰랐다.

나는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을 법한 조언을 해주었다.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주면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날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을 때 행복했다. 그런데 상대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내 존재 의미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횟수가 늘어갔다. 

또한 나를 향한 위로와 같은 위해주는 말들을 자주 놓쳤다. 그리고 힘들면 연락을 끊었고, 가까운 관계 내 사람일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되려 입을 닫았다. 그러면 상대는 상처받곤 했다. 자신이 도움이 되지 않고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데 능하다고 생각했으나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서툴렀다.

서투르다, 서툴러도 괜찮다. 정말 괜찮을까? 서투름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직업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처음부터 노련할 수 있겠냐는 그 한 마디로 또한 우리는 살아간다. 나 또한 능숙한 면이 있는가 하면 서투른 면도 수없이 존재한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두려 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극복해 내려 노력하는 게 성장하면서 변함없이 수호하고 싶은 내 주된 가치관 중 하나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가치관이 내게 요구하는 길이 결코 쉬운 길만은 아닌 것뿐이다. 원인을 알게 된 순간 기존까지의 서투름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고,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은사님이 해주신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매 순간 선택의 문 앞에 선다. 문은 잠겨 있지만, 열쇠는 방 안에 있었다. 나는 열쇠를 찾았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찾을 것이다. … 문을 열고 아무 것도 짐작되지 않지만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머물러 있을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삶도 각자가 꾸려 나간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사람과의 관계라는 내 약한 면이 돋보일 때 나는 망설였다. 포기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그래도 유지되는 인생이었으니까. 다만 빛이 바랄 때가 되면 그저 종이를 갈아 끼우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마치 내 감정이 소모품이라도 되는 듯이. 그러나 그 자세를 유지하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겼다. 전부터 있었겠지만 모른 척 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세계가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요즘 힘들었던 이유는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법, 그것은 스스로가 원하는 바에 귀기울이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애정과 관심을 받고, 노력한 게 결과가 드러나며, 바라던 바가 이루어지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위태로울 때 감정이 자주 흔들렸다. 나의 눈과 귀를 통해서 세상을 겪고 싶고, 입을 통해 말하고 글을 쓰며 소통하고 싶다. 힘들면 가끔 주저앉더라도 주된 것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서투른 게 많다. 그러나 스스로를 사랑해 보려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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