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도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걸 보니 가을이 다가오고 있나 봅니다. 흔히 여름하면 휴가를 먼저 떠올리다 보니 여름을 휴가철이라고도 합니다. 아울러 휴가라 하면 가족이나 혹은 친구들이나 또는 지인들과 함께,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여행을 연상하게 됩니다.

교통수단과 도로의 발달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요즘은 휴가의 개념도 많이 달라져 국내는 물론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휴가시기 역시 여름이 아니어도 어느 때라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입니다.

요즘의 시대는 SNS로 소통하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나 개인의 일상이나 현황을 알리는 통로로 SNS를 이용합니다. 휴대폰이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보급된 시대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진을 찍는 이유와 목적이 SNS를 통한 소통이다 보니, 음식을 먹기 전에 찍는 모습이나 관광지를 배경으로 셀카(혼자서 자신을 찍는 사진)를 찍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반인들의 SNS에 관광명소나 여행지의 인증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는 말을 하듯이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기에는 사진만한 것이 없다보니 사진을 찍어 남기는 일이 많아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NS를 통해 얻은 정보를 따라 찾아가서 자신도 와봤다는 인증이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위안이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유명한 곳이거나 특이한 곳의 천편일률적인 사진들이 자주 올라오기도 합니다.

부산의 관광명소인 태종대 인근에 <흰여울문화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해안가 언덕 위 마을에 예술가들이 모여 각자의 분야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문화마을에 켈리그라피를 하시는 지인이 계신데,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캘리그라피 글을 적어 주시는 와중에 한 관광객이 주문한 글이 완성되는 몇 분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시려기에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순환버스 시간이 급해서 그런다고 하셨답니다.

주문한 글을 받지도 않고 그 곳을 배경으로 인증사진만 찍고 다음 코스를 향해 분주히 가시는 관광객을 보면서 진정한 여행은 어쩌면 버스를 놓치고부터 시작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말의 의미는 장소가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여정 속에서, 정체된 생각과 굳어 버린 마음에 새로운 시야를 통한 생각의 여유를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운 곳에서 기념 스템프를 찍듯이 인증사진만 찍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연들 그리고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면 여행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사진 못지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인증사진을 남기는 여행이었다면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연들을 자신과 나누며 느끼며 즐기는 여행을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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