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에게 있어서 8월은 감격과 슬픔이 교차되는 역사적인 달이다. 1910년 8월 29일은 일제가 강제적으로 우리나라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은 날로 ‘경술년에 일어난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뜻으로 ‘경술국치’라고 한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나서 받는 국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헌병경찰에 의한 무력적 탄압은 무자비하였지만 이 나라의 주인인 우리 국민들은 무단통치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투쟁하였고, 이를 3.1 운동과 독립운동으로 연결시켰다. 
   

하느님은 일본의 극악무도한 죄악과 불의를 심판하시어 패망케 하셨다. 그리하여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된 날이 1945년 8월 15일이다. 이 날은 한국역사에서 가장 기억해야할 해방의 날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36년 동안 일본의 폭정 밑에서 온갖 억압과 수탈을 당하고 역사도, 문화도, 언어까지도 말살하는 식민통치에서 해방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던가? 온 국민이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모두가 감사하고 춤을 추었던 것이 아닌가.
 

이제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 된지 74년을 맞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방된 나라에서 온전한 자주 독립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남한과 북한이 6.25 동족상쟁으로 막대한 인명피해와 온 땅덩이가 잿더미로 뒤덮이는 참담한 손실을 겪어야 했다. 더 이상의 싸움은 계속할 수 없기에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이 없는 준전시 상태로 66년을 끌어왔다. 
 

우리는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파란곡절을 넘고 넘으면서 2017년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에 대한 일본의 강압적 압박 형태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 주요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로부터 시작해, 안보 영역에서 우방국명단이라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거시켰다.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제 전쟁이라고 하지만 경제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방 외교 등의 분야에서까지 우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경제 선전포고다. 
 

같은 전범 국가이지만 독일과 일본의 역사인식은 전혀 다르다.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피해국에 이미 80조원 이상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사실이 밝혀지면 배상한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우리 대법원 승소판결을 이유로 엉뚱한 경제보복 카드를 내밀었다. 일제는 우리를 36년 이상 식민지로 삼고 우리의 선열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괴롭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도 따지고 보면 일제의 침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정한론(征韓論)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베는 우리를 얕잡아본 게 분명하다. 아베가 꿈꾸는 일본은 전전(戰前)의 일본이다. 그는 일본이 보복하면 대한민국도 옛 대한제국처럼 맥없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한 듯싶다. 아베의 노림수는 우리의 무조건 항복이다. 한국이 강제 징용자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우월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대한민국을 다루기 쉬운 나라로 만들려는 수작이다. 
 

외교적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현 단계에서 협상을 마다하고 전쟁을 선택한 아베에게 외교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일본이 도발한 이상 우리의 응전은 불가피하다. 정부보다 먼저 시민이 나서고 있다. 들불처럼 번진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에 대한 능욕과 치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민심의 집합체다. 결코 굴복할 수 없다. 아베가 후회할 날이 멀지 않다. 
   

이번 아베의 돌발로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재부품산업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위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사회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위기인 건 분명하나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 믿는다. 위기의 또 다른 의미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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