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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 고려대학교 철학과 이영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19.07.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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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동력과 같다. 힘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힘이 없다면 무엇인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본인의 삶에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어떤 것을 목표로 삼으면 끝을 볼 때까지 매달리는 사람이었다. 어떤 분야에서든지간에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치에 도달해야 손을 뗄 수 있었다. 항상 마지막에 가까워질 때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휘몰아쳤고, 이따금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땐 놓기도 했다. 그러나 경험을 거듭하면서 끝을 본 횟수가 늘었다. 요리, 운동, 공부, 독서, 일 어떤 분야에서든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목표는 이상과 같아서, 현실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1학년 때 실존주의와 철학적 인간학 등 삶을 다룬 학문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방식에 관하여 고민을 많이 했다. 철학은 종교가 아니고 그러므로 정해진 교리가 없다. 매 순간 마주하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위해야 할 지 선택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노력은 겉보기엔 휘황찬란했다. 그러나 껍데기를 조금만 벗겨 보아도 메울 수 없는 간극의 실체가 드러났다. ‘현실화될 수 없는 이상일지라도 닿기 위해 애써라’ 강연할 때마다 했던 말이었다. 노력에도 부작용이 있다는 걸 몰랐던 시기의 당찬 포부였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노력은 공허해진다. 반드시 경험 가능한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겪어내려면 인내와 끈기가 요구된다. 이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직접 가르쳐줄 수는 없다. 다만 고전이나 주위 사람을 통해 본보기적 사례를 겪으며 그것들을 따라하여 체화할 따름이다. 

‘왜 너는 노력하지 않니’ ‘왜 너는 무언가 하나 끝을 보지 못하니’ 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이는 다그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恕)의 태도로, 내 마음으로 미루어 보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동시에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것부터 살펴야 한다. 목표가 없어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면 자기 자신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 스스로가 원하는 바가 없고 이루고 싶은 뜻도 없는데 타인에게 그를 강요한다면 그 사람은 마땅한 방법조차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입시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끈기와 인내라 할지라도 그 자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 주어졌을 때, 충분한 격려가 뒷받침될 때 내면에서 씨앗이 싹틀 수 있다. 결과만 놓고 판단하기 쉬운 세상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 발딛고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소중한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그것은 이따금 풍파를 견뎌내는 내면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살다 보면 언젠가 맞이할 ‘스스로 견뎌내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살아내기 위해서라도. 스스로가 아닌 다른 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에게, 동시에 근래의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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