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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지리산 2박3일 종주, 30번째 천왕봉을 품에 안다!지리산 종주
  • 조경심 기자
  • 승인 2019.05.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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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은 가는 날보다 가기 전 준비할 때 더 달콤한 것, 설렘으로 지리산 종주를 꿈꾸며 한달 전 대피소 예약에 들어갔다. 꽃 잔치가 펼쳐지는 시기에 맞춰 5월 21~23일, 지인과 둘이서 2박 3일 지리산 종주 길에 올랐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하여 지리산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智異山),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하여 지리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15m 지리산은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 도, 5개 시 군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산이다. 새벽 4시 30분 출발, 구례터미널에서 성삼재행 6시 버스를 탔다. 성삼재에서 7시 출발, 노고단 고개에서 천왕봉까지 25,5km의 대장정 종주 길에 올랐다. 가방의 무게는 약 25kg, 무거웠다. 성삼재에서부터 중산리로 하산할 때까지 총 35,6km 거리를 배분하여 하루에 12km 걸을 계산하고 연하천, 세석대피소를 예약했다.

노고단에서 연화천대피소, 12.7km 산행에 지쳤다
첫째 날, 성삼재-노고단-돼지령-피아골삼거리-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화천대피소, 12.7km다. 보통 8시간이면 가능하다는데 10시간이 소요됐다. 임걸령 샘터에 들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해발 1,732m의 삼도봉에 도착했다.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 도의 위치를 알려주는 삼도봉은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오르는 시작점이다. 삼도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화개재를 지나고 토끼봉을 지날 때까지는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그러나 해발 1568m인 명선봉을 찾아가는 길은 얼마나 힘든지 발걸음이 차츰 느려졌다. 저 산 넘으면 있으려니 하면 또 산이 나타나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지치게 했다. 짐은 무겁고 다리는 느림보 거북이, 한참을 걷다 연하천대피소가 0.4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얼마나 반갑던지 인증삿을 찍었다. 9시 소등한다는 안내방송에 따라 배정받은 2층 18번을 찾아가 전국에서 온 아낙네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다 달팽이 집처럼 담요를 돌돌 말고 연하천대피소에서 아름다운 추억의 첫 밤을 보냈다.

둘째 날, 연하천대피소에서 세석 대피소까지 10km
둘째 날, 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 10km를 걸었다. 산사람들은 대부분 이른 기상을 한다. 먼 길 떠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7시, 세석대피소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세끼를 챙겨 먹어 배낭이 조금 가벼워졌는데 친구가 힘들어 하는 바람에 내 배낭은 다시 혼자서는 들지 못할 무게다. 그러나 5월의 연녹색 잎과 연분홍 철쭉이 가는 길목마다 기다리고 있어 무거운 배낭은 즐거움에 묻혀 잊고 깡충 거리며 걷는 종주 길, 빨리 가지 않아도 되니 더없이 여유롭다. 지리산은 1500고지가 넘는 종주 길에 맑고 시원한 샘물이 흐른다. 그래서 지리산을 어머니 젖줄 같은 산이라고 했을까? 임걸령, 선비샘, 천왕샘 등 예쁜 샘 이름 또한 정겹다. 세석평전에 도착, 아름다운 연분홍 철쭉에 반해 지인은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촛대봉을 올라 천왕봉을 바라보며 세석평전에서 뛰어 놀았다.

셋째 날, 촛대봉에서 맞이한 지리산 일출 장관
셋째 날, 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로터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 10.5km였다. 목조건물인 세석대피소의 하룻밤은 밤을 꼬박 세워도 좋았다. 새벽 1시경 밖에 나갔다. 하늘에 총총이 박힌 별이 잡힐 듯 느껴졌고 1,850m 세석평전에서 뚝뚝 떨어지는 별똥별의 장관과 별빛이 쏱아지는 밤하늘 풍경에 반해 밤을 꼬박 새우고 4시 30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출발했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까지는 40분거리, 5시 15분, 천왕봉 옆으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황홀한 순간이었으며 장관이었다.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촛대봉에서 맞이했다.

30번째 천왕봉 표지석과 뜨겁게 포옹
일출을 보고 3시간쯤 걸어 도착한 곳은 장터목대피소, 간단한 아침을 먹고 천왕봉을 향해 오르는 길은 가장 좋아하는 고사목 지대다. 예전에 불법으로 벌목을 한 나뭇꾼들이 벌목한 뒤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의 고사목이 생겼으며 아직도 큰 나무는 없다. 고사목은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을 지킨다는 이정표를 앞에 두고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황량하던지...지리산 종주 길은 모든 능선이 아름답지만 그 중에 가장 머물고 싶은 길이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전 12시, 드디어 천왕봉에 올랐다. 천왕봉 정상에서 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아스라히 펼쳐지는 순간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스럽다. 노고단 고개부터 천왕봉까지 한발한발 걸었다니 실감나지 않고 기적 같다. 로프에 매달리기도 하고 가파른 계단이 무서워 덜덜 떨기도 했으며 연분홍 철쭉에 달콤한 입맞춤하며 끝없이 걸었던 종주길, 30번째 천왕봉 비와 뜨겁게 포옹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자연과 이야기하고 나무와 풀과 꽃을 만나러 간다
지리산을 오르며 노래 부르고 춤추고 고단하고 지친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모든 것 품어주고 안아주고 포용해준다. 새들의 노래, 꽃들의 노래를 들으며 지리산을 걷다 보면 왈칵 눈물 날 때가 많다. 찾아갈 때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반기는 지리산, 나는 그 품에 안기면 소녀가 된다.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해 삶의 일상을 주절주절 풀어 놓는다. 그리고 꽃과 나무와 이야기 하며 지리산을 만난다. 지리산 종주, 나는 산을 오르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이야기하고 나무와 풀과 꽃을 만나러 간다. 그래서 산을 오르면 건강하고 싱싱해진다.

지리산 5월은 각가지 꽃이 핀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무사히 2박3일 종주를 마무리했다. 수채화 같은 2천여장의 아름다운 지리산 사진을 보며 힘들었다는 생각보다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든다. 이게 바로 지리산의 매력이다. 수정같이 맑은 공기를 마셔서일까? 부드러운 꽃과 바람을 만나서일까? 몸은 힘든데 마음은 연분홍빛 철쭉꽃으로 피어났으며 대장정을 펼친 지리산 종주 산행기를 쓰는 동안 다시 걷는 듯한 환상으로 빨려 들어가 흐뭇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조경심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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