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엽적인 단계이긴 하지만, 5G의 발달로 AR(현실+가상정보 혼합)과 VR(모든 것이 가상)을 비롯한 혁신적인 기술이 2030년 이내에 우리 사회 깊숙하게 침투할 것임은 이제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가상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욕망은 90년대 명화인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으로도 알 수 있듯 이미 예견하는 것조차 진부할 정도로 현재 포화 상태다.

2019년 현재, ‘오타쿠(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층이나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아니더라도 <소드아트 온라인(가상 공간 안에 갇힌 이들이 벌이는 처절한 사투,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정도는 누구나 들어봤을 테니까. 다만 그것이 IoT(사물 인터넷)의 형태로 발현할지 단순히 고급 인력들의 전유물에 불과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주 미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VR은 이미 현재진행형이고, 간단한 영상 시청이나 아바타 채팅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시대다. 그런데 여기서 웹소설을 꺼내든다면? VR AR이 점령한 미래의 어느 날, 웹소설은 넷플릭스(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유통하는)로 인해 목적을 잃고 연인들의 섹스 가림막 정도로 사장되어가는 DVD(디지털 방식으로 입출력이 가능한 차세대 영상매체)방들의 DVD들처럼,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 무엇이 될까? 아니면 최종적인 진화 끝에 웨어러블(옷이나 시계, 안경처럼 자유롭게 몸에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기기) 기기에 내장되어 심심할 때마다, 목욕이나 조깅을 할 때 잠깐씩 꺼내볼 수 있는 완전히 대중적인 스낵컬처(출퇴근 시간, 휴식 시간 등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될까?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웹소설 자체의 생명력을 따져본다면, 살아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인간의 인터넷 의존도는 100%를 넘어 1000%를 향하고 있다. 이미 할리우드가 <트랜센던스>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인간은 어김없이 세상에서 가장 편리하고 강력하고 공정한 수단인 인터넷에 종속되는 존재가 될 것이며, 휴머니티의 개념도 가상현실의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는 무언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겠다. 앞서 말했듯 VR은 현재에 와닿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당장 지금에라도 그림자가 없는 광활한 무한대의 차원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콘텐츠만 갈아 끼운다면 웹소설도 이와 같은 독법이 가능하다. 아무것도 없는 무광의 공간에서 오롯이 떠다니는 텍스트들을 감상하며 눈을 뜬 상태로 마법의 영창과 드래곤의 용언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의 언어이자 학구적인 표현이 아닌 이상- 독서라는 말은 점차 대중들에게 쓰이지 않을 것이다.

문해력은 상상력과 합치될 것이며, 인류는 신화와 서사를 상상하는 단계를 거쳐 어떠한 제한도 없이 그 누구나 세계를 관조하고 체험하는 모험자가 될 것이다. 앞선 망상을 경계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범인류적 해방을 목전에 둔 현재에 흥분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그저 앞으로의 세계에 무용할 냉소주의자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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