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고등학생에게 대학 진학은 학창 시절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관문이다. 한 실과 다른 실이 만날 때 매듭을 지어야 비로소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엮어보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을 도우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대학의 의미는 각자마다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내가 요즘 마주하는 아이들은 매일 해야 하는 공부량에 허덕인다. ‘주어진’ 일과인 셈이다. 그러한 탓에, 어쩌면 왜 대학에 가야하는지조차 깊이 생각해본 적 없으면서 점수에 목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지식 하나 전달해주는 역할 그 이상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알고 싶었다. 

내 이야기가 남의 일로만 스쳐 지나가지 않길 원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상대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함을 뜻한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에 닿아 감흥과 여운을 불러 일으키고 싶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내가 택했던 첫 관문은 소통이었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학교를 왜 가고 싶냐고 묻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우리 학교, 이 과를 선택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는 곧 새로운 세계로 닿았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이야기들일지라도 바로 곁 사람의 생생함을 들려 주기 위해서는 ‘너도 할 수 있다’는 힘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내 인생에서 어떠한 전환점이 되어 조금씩 변화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훈련은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어떤 면이 서투른지 직면해야 하고, 그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바로 알아보고 칭찬해줘야 한다. 자존감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임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어린 날의 시절들, 자아의 다양한 면모를 알아가는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다. 

이 과정을 겪어내는 나의 아이들은 해야만 하는 일들에 힘겨울지라도 더욱 성장하고 싶어한다. 공부가 자신에 대한 도전 같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왜 해야하는지도 몰랐으나, 요즘엔 한계치까지 부딪히고 그것을 넘길 반복하는 게 생의 즐거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을 실로 수업시간에 들었는데, 내게 잊지 못할 말이 되었다. 나 또한 그 과정을 겪었고 겪으며 살아왔는데, 홀로의 세계에 갇혀 있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일의 특성상 장시간동안 집중해서 계속 말해야 하는 탓에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피로에 젖을지라도 그를 충분히 상쇄할 만 한 보람을 느낀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함께 겪고 인정해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나름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다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할 땐 나를 본받도록, 그러면 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라는 말도 곧잘 꺼낸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말이다. 상대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나부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말뿐만이 아닌 사람이 되도록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언젠가 홀로 서야만 하는 시절이 도래할 때에도 지금처럼 자기 삶을 관리할 수 있는 제자들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솔선수범의 의미는 ‘나부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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